나의 날개 : 22년전,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발레복
어머니 제게 그러셨지요,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아보라고.
방황하며 속 썩이던 아들을 끌고, 어머님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보여주셨지요.
그렇게 어머님이 눈물로 길러주신 스무해를 살고,
어머님이 정성으로 기워주신 발레복으로 스무해를 살아,
이제 이 아들은 어머님께 스무해 늦은 답장을 씁니다.
어머님 전상서.
어머니! 어머니! 제가 태어난 이유는 발레였지만,
제가 살아간 이유는, 어머니 당신이었습니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
한 켠에는 발레 튜튜들이 켜켜이 걸려있고,
또 한켠에선 바를 잡은 발레리나들이 스트레칭을 하던
노원 문화 예술회관, 이원국 발레단의 지하 연습실
그 곳에서 우리는,
이원국 발레리노의 소중한 물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많이 고민해봤는데요, 저 발레복만큼 소중한게 없겠더라구요.
22년 전, 제가 불가리아 바르나 국제콩쿨에 나갈 당시, 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옷이에요.
의상 6개를 준비해가야 했는데, 가격이 엄청나니까..
어머님께서 외국 발레리노들의 사진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하셔서
동대문에서 천을 사다가 손바느질로 다 만들어주셨죠.
그 여섯벌 중, 다들 빌려가서 안 돌려주고 유일하게 남은 한 벌이에요.
지그프리트 바리에이션에 입었던 옷이죠." _ 명예교사 이원국 발레리노
발레를 시작하기 전, 이원국 명예교사는 많이 방황을 하셨다고 해요.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목적없이 말썽만 일으키며 살았다고요.
그런 이원국 명예교사를 어머님이 데리고 다니며
그림이며, 서예, 수영, 피아노를 다 시켜보셨대요.
'범아,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건 분명 이유가 있을거다.'하고 격려해주시면서요.
아, 여기서 '범이'는 이원국 발레리노의 아명이에요.
태몽이 호랑이 꿈이라, 부모님은 범이라고 부르신다고 해요.
그러다 스무살에 발레를 시작했을 때, 물론 발레가 재미있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반은 어머니께 효도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만들어주신 옷을 입고,
처음 세계무대에 서던 날의 기억을 아직도 전부 기억하고 계시대요.
'그때 묵었던 호텔 이름도 기억해요. 오데사 호텔.
가기 6개월 전부터, 시차적응 한다고 새벽 3시, 그 나라시간으로 오전 10시에 일어나서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세상에! 거기는 콩쿨을 저녁 7시부터 하는 거예요.
졸려 죽을 뻔 했어요.(웃음)
정말 정신력으로 버텨서 결승에 나갔던 그런 웃지못할 추억이 있습니다.' _ 명예교사 이원국 발레리노
아 참! 놀라운 사실!
이원국 명예교사는 22년전에 입으셨던 저 옷이, 아직도 맞다고 하시네요.
연습실 곳곳에서, 액자에 담긴 이원국 발레리노의 삶의 흔적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에서 활동하셨던 당시의 사진부터, 포스터,
화가 이호중씨가 그려주신 초상화까지.
치열하게, 뜨겁게, 그리고 멋지게 살아오고자 노력했던
이원국 발레리노의 열정이 느껴지는 사진들이었습니다.
연습 중에 찾아뵌 거라, 땀범벅에 후줄근한 셔츠 차림이셨지만,
발레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그 눈빛은 정말 아름답게 빛나셨던 분.
명예교사 이원국 발레리노의 소중한 물건이야기었습니다.
PS. 이번달 10월, 25일과 26일에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이원국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공연이 있을 예정이에요.
22년전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옷을 입을까 고려중이라고 하셨으니,
어쩌면 오늘 물건에 올라 온 발레수트를 입은 이원국의 지그프리트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참조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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