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택 명예교사와 정읍 능교초등학교 전교생이 함께
시 따라 강 따라 걸었던 섬진강, 그 길
'섬진강 글꽃 놀이터'
"그냥 보기만 해도, 걷기만 해도, 시가 막 나오지! 얼~마나 좋은지 몰라~"
_시인 김용택 명예교사
시인 김용택!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섬진강'인데요....
전북 임실군 진메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용택 명예교사에게 고향은 그런 곳입니다.
"얼~마나 좋은지 몰라~ 자꾸만 자랑하게 되는 곳!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11월 3일, 정읍 능교초등학교 전교생이 김용택 명예교사와 함께하기 위해 '진메마을'로 시여행을 왔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29명의 아이들이 느티나무 아래 모였어요.
시끌벅적 정신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 아닌 밖으로 떠나온 시여행에 아이들의 마음도 한껏 들떴나 봅니다.
한 명 씩 이름을 부르며 명찰을 붙여주고, 특별한 하루에서 마련한 수첩과 핫팩, 간식을 나누어주었어요.
드디어 김용택 선생님과 만나는 시간!
소풍날처럼 들떠서 진정되지 않는 아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기가 쉽지만은 않더군요. ㅎㅎㅎ ^^;
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김용택 명예교사는 역시 남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이시며 아이들을 집중시키셨어요.
"학생회장 어디 있어요? 어디서 왔는지, 소개해봐요!"
"우리 능교초등학교는요, 정읍에서 가장 작은 초등학교입니다.
전교생이 27명이었는데, 며칠전 2명이 전학을 와서 29명이 되었어요.
저희 학교는 아담하지만, 무척 예쁘고요,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아요."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갑자기 불러 일으켜 세우니,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학교 소개를 했는데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워 보이던지요.
두 손을 꼭 붙들고 발표하는 모습이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죠? ^^
김용택 명예교사께서는 마을 이야기와 섬진강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여기 마을은 진메마을인데요, 진뫼마을이라고도 해요. 선생님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어요.
마을 입구에는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어요. 지금 여기에 있는 나무는 500년 된 할아버지 느티나무고요,
한그루는 저쪽에 있어요. 내가 43년 전에 심은 나무인데, 저렇게 컸어요.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켜줘요."_김용택 명예교사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심으신 느티나무가 왼쪽에 있는 나무고요, 오른쪽에 있는 느티나무가 500년 된 나무인데요,
신기하게도 크기가 비슷했어요. 하지만 나무의 속살이 다르다고 하셨어요.
오래된 나무는 나이테가 쌓이면서 단단해졌고, 어린나무는 아직 속살이 여리다고 해요.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어렸을 때, 500년 느티나무는 마을 할아버지들의 놀이터였대요.
"예전에 마을에 어린이들이 많았을 때는 강에서 다슬기도 잡고, 물고기도 잡고 놀았어요.
그러다가 깊은 데로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러면 느티나무 아래에서 할아버지들이 보고 계시다가 젊은 사람들을 불러서 꺼내줬어요."_김용택 명예교사
왼쪽에 있는 느티나무가 바로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심으신 나무인데요, 43년 전 심은 묘목이 자라
지금은 마을주민들의 사랑방이 되고, 쉼터가 되었답니다. 얼마전 이곳에 동네 이장님이 간이 국숫집을 열었대요.
후루룩 금방 먹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도 있지만, 주민들이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두서너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고 하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마을에서 노는 시간이에요. 진메마을에서 노는 데는 규칙이 있답니다.
김용택 명예교사: 쉿! 물소리 들려?
아이들: 네~~~
김용택 명예교사: 물소리가 어디서 나는데?
아이들: 저기요.
김용택 명예교사: 저기, 어디?
아이들: 징검다리요.
김용택 명예교사: 왜 소리가 나지?
아이들: 물이 돌에 부딪혀서요.
김용택 명예교사: 그렇지. 물이 돌에 부딪혀서 부서지니까 소리가 나는 거야. 억새는 왜 흔들려?
아이들: 바람 때문에요.
김용택 명예교사: 그렇지! 그런 것들을 보는 거야. 징검다리도 건너가고, 물소리도 듣고, 나무도 보고, 억새도 보고. 알았지? 마음껏 놀아!
김용택 명예교사의 말이 떨어지기 아이들이 무섭게 돌진하며 흩어집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역시 뛰어놀아야 제맛이죠!
친구들이랑 나잡아봐라~ 놀이도 하고, 감나무도 보고, 강아지풀도 보고,
간식도 먹으며 신 나게 뛰노는 아이들에게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앗! 혹시 데이트 중?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섬진강 변에서의 데이트라... 흠... .부럽네요. ㅠㅠ
징검다리도 건너며 물소리도 들어보아요.
예전에는 그냥 '물소리가 나네.'라고 생각했었는데, 김용택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물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이게 돼요.
마을에서 마음껏 뛰놀고, 본격적으로 섬진강 변을 걸으며 시심을 마음속에 심는 시간!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특별히 내리신 지령이 있었는데요,
절대로 선생님보다 앞서서 걸어서는 안 되고, 길가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소리가 나는지, 잘 살피면서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답니다.
왜 아이들에게 '천천히 걸으라는' 지령을 내리셨는지 여쭤보았어요.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 때문에, 어른들 흉내내느라 목적만 보고 앞으로 빨리빨리 걸어요. 주위를 볼 겨를이 없어요.
다 어른들 잘못이에요. 주위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면 시가 저절로 나와요."_김용택 명예교사
천천히 걸으며, 아이들은 무엇을 보게 될까요?
시 따라 강 따라 걷는 시여행.
잘 따라와보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그럼, 떠나 볼까요? ^^
하지만,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이 말을 들을 리 있나요.
김용택 명예교사의 주위로 몰려들어서 어떤 장난을 칠까 궁리중이었나봐요.
딱 선생님보다 한 발짝 뒤에서 졸졸 따라갑니다.
"천천히 보면서 오라니까, 왜 이렇게 앞으로 와!" 하시면
"저 바로 뒤에 있잖아요!" 하면서 큭큭 웃기에 바쁩니다.
호통을 치시면서도 어느새 개구쟁이 웃음을 지어버리시니 아이들이 어디 말을 듣나요.
누가 아이들이고, 선생님인지 구분이 가시나요? :)
"난 니가 너무 좋다."
"왜요?"
"니 배가 불룩 튀어나와서."
아이에게 장난을 걸고 도망가시는 김용택 명예교사를 아이가 쫓아갑니다.
펀치로 응징을~!
친구 같은 김용택 명예교사께 아이들은 어느새 마음을 혹~ 빼앗겨 버렸어요.
하지만 그러다가도 어느새 발길이 멈춥니다.
강을 따라 억새밭이,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이, 키 작은 강아지풀이 눈길을 사로잡았거든요.
"강 주위에 있는 건 억새에요. 바닷가에 있는 게 갈대고. 억새는 솜털처럼 보송보송해요.
우리나라 강아지풀은 키가 작아요. 키가 큰 건 외국에서 온 강아지풀이에요."_김용택 명예교사
물속으로 푹 고개를 담그며 들어가는 오리가 신기해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오리구경에 한참을 머뭅니다.
"저 오리는 왜 자꾸 물속에 들어가는 거예요?"_아이들
"먹이 잡는 거야. 물속에 다슬기가 있는데, 그거 먹으려고 들어가는 거야."_김용택 명예교사
자연을 관찰하다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투성이네요.
김용택 명예교사는 '시란 자연의 말에 귀를 기울여 자연이 전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적는 것뿐'이라고 해요.
아이들이 어떤 시를 쏟아낼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다음 시간에 강병인 명예교사와 함께 캘리그라피를 쓸 때 사용할 '자연 재료'를 줍기도 했어요.
낙엽, 나뭇가지, 돌 등 미리 나누어준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힘이 들 땐 잠시 나무의자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요.
의자에 앉으면 더 천천히 자연을 살펴볼 수가 있답니다.
고개를 들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눈에 더 잘 들어와요.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도 더 잘 볼 수 있고요.
천천히 관찰하다 보면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더 잘 보이고, 그러다 보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낙엽을 보며 '가을의 소리'를 듣기도 해요.
가만히 자꾸 귀를 기울이다 보니, 자연은 참 많은 소리를 내고 있었네요.
섬진강 변을 따라 걷다가 김용택 명예교사의 시가 적혀있는 시비도 만났는데요,
저절로 발길이 멈추어지고, 시를 읽게 됩니다.
천천히 마음이 '시'에게로 다가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도착한 '시인의 강' 전망대.
이곳이 바로 오늘 꼬마작가들이 작업할 장소랍니다.
"오늘 여러분이 아침에 학교에서 버스타고 진메마을까지 왔지요?
마을에서 놀고, 여기까지 걸어왔고요.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은 일을 쓰는 거예요. 한 줄만 써도 되고, 길게 써도 돼요.
시를 써도 되고, 일기를 써도 돼요. 제일 기분 좋았던 일, 안 좋았던 일, 재미있었던 일.
뭐든지 써도 돼요. 근데, 가짜로 지어내면 안 되고, 꼭 실제로 있었던 일을 써야 해요. "_김용택 명예교사
아이들이 글을 쓰기 위해 각자 흩어져서 자리를 잡았어요.
천방지축 뛰놀던 아이들이 진지하게 작업에 몰두합니다.
노트를 마주하고, 연필을 손에 쥐고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여느 작가 못지 않죠?
어떤 것을 쓸지 몰라 고민에 빠진 아이들을 위해서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도움을 주셨어요.
"풀이 많지. 풀이 어떻게 생겼어? 흘러가는 강물을 봐. 강물은 어떻게 생겼어?"_김용택 명예교사
"저 하늘 구름을 봐. 구름 예쁘게 떠가는 거 봐라.
앞산도 봐봐. 앞산에 뭐가 있지?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그런 걸 다 쓰면 돼."_김용택 명예교사
집 에도 산이 있고, 구름도 있고, 나무도 있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뭔가 더 특별하고 다르게 느껴집니다.
김용택 명예교사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시선이 따라간 아이들이 한참 있다가 묻습니다.
"신기한 거 쓰면 돼요?"
"그렇지!"
늘 곁에 있어도 관심을 두고 보지 않았을 땐 신기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이젠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만 보입니다.
바위에 걸터앉아 상념에 빠진 꼬마 작가의 시선 끝엔 무엇이 있었을까요?
한동안 멍하니 있더니 시를 적어 내려갔어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니, 어떤 글을 적었을까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가을소리
3학년 박지유
가을이 왔다
가을이 왔다
어떡해 아냐구?
소리로 알지
나무는 스스스슥
와 나뭇잎 비다.
물을 찰랑찰랑
가을이 왔다
가을이 왔다.
어떡해 아냐구
색깔로 알지
초록색은 알록달록
가을은 색깔이 많다.
아이들의 말을 그대로 적으면 시가 된다는 김용택 명예교사의 말씀을 비로소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적은 글은 틀린 맞춤법까지도 시가 된다는 말씀도요.
어느덧 김용택 명예교사의 손에 아이들의 글이 쌓여갔어요.
선생님께서는 한 명 한 명의 글을 꼼꼼히 살펴보셨어요.
오늘 제일 글을 잘 지은 아이에게는 특별상이 있답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논의 사계절 이야기를 담은 '나는 둥근배미야'라는 책이에요.
재잘거리면서도
'누가 받게 될까?' '내가 받았으면 좋겠다!'
잔뜩 기대 하며 귀를 쫑긋 세웁니다.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잘 지은 글 중 몇 편을 골라 직접 읽어주셨어요.
"이건 누가 썼어요?"
"저요!"
쑥쓰럽지만, 저절로 손이 번쩍 올라갑니다. 홍홍홍~~~~
"참 잘썼어요. 자 박수~~~"
혹시나 다음엔 내 글을 읽어주시지 않을까? 잔뜩 기대하면서도
친구에게 힘차게 축하의 박수를 쳐 주어요.
앗! 너희는 아까의 그.... 역시 데이트가 맞았나 봅니다.
세상에는 숨겨지지 않는 것이 있죠.
재채기, 기침 그리고... 사랑하는 눈빛이라지요. ㅎㅎㅎ
친한 친구가 듣는 칭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 그리고 드디어 선생님의 선물을 받는 친구의 글이 발표되는 순간!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대유는 2학년인데요. 새로 전학 온 친구래요.
"오늘 여러분 모두 정말 잘 썼어요. 내가 깜짝 놀랐어요. 근데 이 글을 뽑은 이유는
오늘 일었던 일 중 한 가지에 대해서 자기의 생각을 사실대로 썼기 때문이에요."_김용택 명예교사
그럴듯하게 꾸며 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잘 보고, 사실대로 쓰는 것!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끊임없이 강조하시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이랍니다.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나는 둥근배미야'에 사인을 해서 대유에게 선물로 주셨답니다.
선생님께서 뽑으신 글을 두 편이었는데요, 한편은 6학년 '정의규'가 쓴 오늘의 일기였어요.
하지만, 책을 한 권밖에 가지고 오지 않으셔서, 의규에게는 나중에 책을 보내주시기로 하셨답니다.
시인 김용택 명예교사와 함께 가을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섬진강 변을 걸으며 시를 낭송하고, 지은 시여행!
가장 아름답고, 시적이었던 것은 바로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 오늘 적은 글을 캘리그라피로 옮기며 다시 오늘의 마음이 되살아나겠지요?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오늘 대유에게 책을 양보한 6학년 형, 의규의 글을 소개하며
오늘의 '특별한 하루'를 마칠게요~
정읍 능교초등학교 5학년 정의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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