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제17회 마이애미필름페스티벌 기념모자

 

쿠바재즈가 흐르던 마이애미 해변의 20세기 마지막 필름 페스티벌.

나에게 기념모자를 건네던 이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영화에서, 저는 잊고 있던 설렘을 찾았습니다.”


그의 설렘을 건네받으며, 나도 잊고 있었던 첫사랑을 함께 건네받았다.


연륜의 깊이만큼 모자는 헤지고, 감독도 나이들어가지만,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For the love of film’







아직 못다한 이야기




 



같이 이명세 명예교사의 인터뷰를 다녀온 사진작가의 말입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뭔가를 집어삼킬 것 같은, 야수의 눈빛이었어.’


정말이지 이명세 명예교사의 눈빛은,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날카롭고 거칠었습니다.
그리고 이명세 명예교사의 영화작업실에 놓여있던 커다란 그림.
그 그림의 제목은

‘아버지’

감독님의 눈빛을 고스란히 닮은,
푸른 늑대 한마리가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 우린 늑대야.
너는 나를 먹어라.
내 뼈까지 우득우득 씹어먹어야 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  13살의 아들에게.



그 늑대는 감독님이었을까요?
아니면 감독님의 아드님이었을까요?

어린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준 감독님도 멋있지만,
그 이야기를 잊지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그림으로 그린 아드님도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를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영화감독으로 기억할테지만,
누군가는 그를 ‘아버지’로 기억할 것이라는 사실이
어쩐지 조금 먹먹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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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잭 케루악의 포스터

 

이것은 작가 잭 케루악의 포스터입니다.

이베이에서 32불에 낙찰받은, 
이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포스터입니다.


어두운 방 한켠을, 저 자신만만한 미소로 밝혀주는 그는, 
잠든 나를, 쓰는 나를, 여행에 지쳐 돌아온 나를 바라보는 그는, 
내 20대의 아이콘, 영감의 원천, 여행의 나침반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이것은  나,

      김동영의 포스터가 되었습니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



4월의 어느 날, 여행작가 김동영 명예교사를 만났습니다.


햇살이 걸러 들어오는 반지하 작업실은,

곰팡이도 정겨워보일 만큼 아늑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위태로운 책섬들로 발 디딜틈 없는 서재를 나와

거실에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유일하게 싱싱한 것이라던 딸기를 먹으며,

우리는 두 가지 물건을 소개받았습니다.


‘명예교사의 물건’ 그 첫번째로 오른 잭 케루악의 포스터와 

어머니의 유품인 베개였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김동영 작가의 밤을 지켜준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베고 계셨다는, 

그래서 인생이 무겁지 않았고, 모든 게 재미있었던, 

옛날의 꿈을 꾸게 해준다는, 그 베개의 이야기는 

너무 슬프다는 이유에서 ‘명예교사의 물건’시리즈에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좁은 페이지를 빌려

그의 슬픈 눈빛이 가진 비밀을 공개하는 까닭은,

그 아픔이 있기에, 그의 글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여러분도 조금은 눈치채지 않으셨을까, 해서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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