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조합원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새로운 한글 디자인에 도전해보았던 [한 더하기 글]
오늘은 대망의 전시 오픈 날입니다.
이 곳은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ASDF 갤러리]인데요,
밖에 서서, 내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두 평 정도의 작은 갤러리예요.
우선은 우리의 작품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유리를 깨끗하게 닦아줍니다.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 왕춘호 선생님.
반팔을 입어서인지, 오늘은 앙뚱듀오로 함께 할 수 없어서인지..
좀 추워보이시네요.
그리고 대망의 전시회 오픈을 알리는
전시 제목부터 깔끔하게 붙여주어요.
오브제 작업이 많았던 '갸ㅜ뚱'팀.
전시 직전까지 작품을 손보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이리저리 작품들을 배치해보는,
'갸ㅜ뚱'팀과, '핫!조고 팀'
명예교사 왕춘호 선생님,
아이디어에 대한 멘토링 시간에는
자신의 피드백에 참여자들이 자칫 휘둘릴까 싶어
'이건 왜 이렇게 한 거예요?' 하는 질문만 하셨었어요.
참여자들이 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들을 펼칠 수 있도록 하신거죠.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위가 좋겠어요.
낚싯줄로 공중에 매다는 방법도 있으니 고려해봐요.'
하며 아낌없는 조언을 주시네요.
못질도 척척.
귀에 연필 꽂으시니까, 전문가 포스 나오는데요?
'핫!조고'팀과 '호잇'팀의 작품부터,
얼추 배치를 맞춰보았는데요,
와우. 벌써부터 너무 너무 멋져요!
차례로 오브제들을 매다는 '갸ㅜ뚱'팀.
이미 셋업을 마친 호잇팀과 핫조고팀이지만,
끝까지 남아 작업을 돕습니다.
누가 누가 잘했나 따지는 경쟁이 아니니까요.
모음과 자음이 만나서 의미있는 글자가 되듯이,
각 팀의 작품들이 이 한 공간에 모여서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낼 것을 알기에
모두 다른 팀의 일까지 손 걷어붙이고 나서는 거겠죠.
자, 마지막으로 우리의 작품들과
작업한 이들을 소개한 캡션을 붙여주면,
어둑 어둑 해질 때까지 계속된,
전시 준비도 끝이 납니다.
전시 오픈을 알리는 행사로 테이프 컷팅식을 빼놓을 순 없죠.
조촐하게 리폰테잎을 끊는, '갸ㅜ뚱'팀의 '방'군.
*
그리고 우리는 다시11월 26일 문화가 있던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만나
전시를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가 열어봅니다.
지난 번에는 전시를 앞두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이었다면,
오늘은 지난 시간들에 대해, 이번 전시에 대해, 그리고 서로에 대해
감사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시간이에요.
지난 한달 간 정말 고생많으셨네요, 하고 여쭈었더니
다들 말없이 고개를 떨구시는 군요.. ㅎㅎ
이번 [한 더하기 글]프로그램의
유일한 남자 참여자였던 두 분과, 왕춘호 선생님.
그렇게 어색해하실거면서, 왜 모여 앉으셨어요. ㅋㅋㅋ
지난 한 달간, 거의 매일 연락을 나누고
몇 번이나 만나서 회의를 하다보니, 팀 구별없이 멘토와 멘티 구별도 없이
모두 친구가 된 느낌이에요.
게다가 지금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잘 마쳤다는 만족감과
서로 열심히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픈 마음으로
더욱 말이 많아집니다.
파티가 끝나고 서도,
전시장 앞에서 서성 서성
작품 사진도 열심히 찍어두고요.
계속 서성 서성.
저.. 이럴 바에는 우리,
단체사진이라도 찍으며 이 아쉬움을 달래봅시다!
그럼 찍을게요!
하나, 둘, 셋!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전시를 안타깝게 놓치신 분들을 위해,
준비한 [사이버 전시회]
[한 더하기+ 글]
한글, 2014년, 서울, 그리고 사람
한글에서 출발한 이 여정은
서울을 수놓은 한글의 행간을 걷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네 개의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하나의 의미있는 글자가 되듯
한글과 예술이 만나 새롭게 그려진
우리 시대 서울의 이야기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김밥시대
_ <호잇>, 2014, 각 420 x 594 cm
점점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추려는 듯, 한글은 고유의 모습을 잃고 줄임말, 신조어, 외계어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에는 변하지 않는, 변하지 않을, 변해서는 안 될 가치가 있다. 바르고 정확한 한글을 사용하는 이들이 더 품위있어 보이는 이유는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 날의 김밥도 빠르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값싼 패스트푸드로 전락하였다. 번쩍이는 은박지에 쌓여 음식 대접도 못 받고 있는 김밥의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우리의 추억 속에서 김밥은 소풍가는 아들, 딸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엄마가 싸주시던 바지런한 사랑의 맛이 아니었나. 김밥과 함께 했던 설레임의 나날들을 우리는 정녕 잊은걸까? 이제 명품가방을 과시하기보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도시적 감성을 내 보이기보다, 자랑스럽고 도도하게 김밥 타임을 가져보자. 어느 브랜드, 어느 유행에도 뒤쳐지지 않는 가치가 우리의 문화에 깃들어 있음을 믿는다.
- 호잇 _ 조아진, 강보순, 최유리, 임지현, 안정현
어린시절 보았던 만화영화에서 둘리는 마법을 부리기 전 꼭 이 구호를 외쳤다. 호잇! 개성 넘치는 마법사 다섯이 모여, 마음을 담아 외쳐본다. 아이디어야, 떠올라라. 호잇! 그리고 이루어져라. 호잇!
숨
_<갸ㅜ뚱>, 2014, 150 x 20 cm , PVC 파우치와 잡동사니
한글은 첫 자음을 기준으로 아래와 오른편으로 다른 자음과 모음이 따라붙는다. 말하자면 왼쪽은 늘 빈 공간이 되는 것이다. 만일 비어있는 왼쪽 공간에 자음이나 모음을 넣으면, 그것은 읽을 수 없는 글자가 된다. ㅋ밟이라는 단어를 당신은 읽을 수 있겠는가? 가득차지 않을 때 완벽한 글자. 그것이 한글이다. 어쩌면 비어있는 그 공간은 숨이 드나드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가 담기고 감정이 담기는, 이른 바 한글의 숨통인 셈이다.
달력 위, 7개의 텅빈 칸으로 나뉜 일주일. 사람들은 빈 칸들을 바쁜 일정들로 가득 채우며 살아간다. 토요일에조차 우리는 인간관계를 위해 수많은 약속을 잡는다. 일상의 흔적이 가득 들어찬 6개의 가방은 우리의 바쁜 일상이다. 그러나 단 하루, 맨 왼쪽. 빨갛게 표시된 일요일만은 우리가 모든 일에서 해방되어 쉴 수 있는 숨통 같은 날이다. 일요일, 그 비어있는 하루가 있어 남은 나날을 버틸 수 있다.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가 있다. 마치 왼쪽이 비어있어 매끄럽게 읽히는 우리의 한글처럼.
- 갸ㅜ뚱 _ 박가희,최아람,방대인,김미정
아이디어 뱅크 박가희, 중재의 달인 김미정, 열정과 성실의 대명사 방대인, 똑똑하고 주관있는 최아람. 관심사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며 각자의 포지션을 완벽하게 수행 중.
판미노
_<별숲>, 2014, 370 x 7 cm, 종이에 컬러 프린트
명동의 거리를 가득 채운 네모난 간판들은 마치 누군가 공들여 세워 둔 도미노같이 보인다. 만든 이도, 그 안에 담고자 한 의미도 제각기 다를진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비슷한 직사각형의 틀 안에 복잡한 형태의 자음과 모음을 모두 담아낸다. 그 모습은 마치 원고지의 네모 칸 안에서 다양하게 조합되는 한글과 닮았다. 한글의 특성이 ‘규칙적이면서도 다양한 조합’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명동의 모습은 ‘규칙적이면서도 다양한 간판’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잠깐. 맨 앞의 간판을 손가락으로 탁 튕겨내면, 명동 거리는 어떻게 될까?
- 별숲 _ 박진경, 최영하, 소경섭
팀 이름을 정하던 날, 우리에게는 다섯 개의 자음과 하나의 모음이 주어졌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피읖 하나를 옆으로 돌려 별숲이라는 팀 이름을 정하고 의욕넘치게 시작했건만, 긴 여정 중 몇몇의 팀원들이 기권을 외치고 떠나간 이유는, 아무래도 모음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보아라. 모음 없이도 멋지게 팀 이름을 만들었듯이, 우리는 세 명이서도 이렇게 멋진 결과물을 완성해냈다. 하하하.
단기 4347년. 소리의 채집과 재현된 풍경
<핫!조고>, 2014
전통차, 표구전문, 안주일체 등. 거리를 걷다 만나는 수많은 간판 속 한글에서 서울의 표정을 읽는다. 글자의 생김새가 주는 분위기, 입에서 발음될 때의 울림, 오고가는 사람들의 말이 모여 하나의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은 2014년 서울의 이야기가 된다. 그것은 마치 초성과 중성 그리고 종성이 결합하여 하나의 글자를 이루는 것과 같다.
지금 이 순간. 서울. 그 중에서도 전통과 현재가 만나고 있는 네 곳 -동대문, 광화문, 강남역, 인사동-에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채집하고, 각 지역의 소리 언어를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재현했다.
*핫! 조고 _ 이민경, 이채영, 김수경
세 명의 이름을 해체하면, 7개의 자음과 9개의 모음이 나온다. 그리고 이름이 모두 영으로 끝난다. 언뜻 닮은 7과 9처럼, 비슷한 이름 끝 발음처럼, 다른 듯 닮은 우리 셋은 끝이 보이지 않는 철없음을 무기로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며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2014년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with 명예교사 왕춘호 디자이너, 계정권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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