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도 그림책을 보는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림책 작가 백희나는 어른들이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그림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위로받기 위해 그림책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백희나 명예교사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등으로 잘 알려진 백희나 작가는 평소 강연을 잘 하지 않는 분입니다. '그림책'으로 독자를 만나고, 독자에게 해석과 감동의 영역을 오롯이 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거듭 얘기했습니다. 독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작품의 해석에 대해 얘기하기보다는 그림책이 주는 감동을 나누고 싶다고 하셨고, 이번 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은 청년을 만나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림책의 주 독자인 부모님이나 아이들을 만나는 것보다 위로가 필요한 청년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것 역시 백희나 작가의 생각이었습니다. 








#7월 26일, 순천 장안창작예술촌



지난 수요일, 순천의 옛 정육식당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장안창작예술촌에서 백희나 명예교사와 청년들이 만났습니다. 당일, 포스터를 붙이러 근처 서점에 갔는데 백희나 작가의 책이 진열되어 있어 여쭤보았더니, 아침부터 백희나 작가의 책이 있냐는 문의가 많아 아예 진열해놓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백희나 작가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와 그림책은 일대일의 관계여야 한다. 그래서 최고의 상은 안방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책 작가에게 주는 상이 많지는 않아요.

그리고 그런 상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고, 사실 그럴 만한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뒤에서 묵묵히 작업하는 것이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안방상이랄까요?

방에서 엄마든 아빠든 양육자가 아이한테 읽어줄 때, 그 현장에서 그림책을 통해 큰 환희가 일어났을 때

그러면 그 현장 자체가 가장 큰 상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보다 더 좋은 상은 없는 것 같아요.”



참여자 중 알사탕의 주인공 동동이가 혼자 노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왕따 문제’의 의미가 섞여 있는 것인지 질문하셨습니다. 백희나 선생님은 어떤 의미를 담아서 이 책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할 수는 있지만, 사실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림책과 독자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주셨습니다. “저는 사실 드러날 이유가 없는 사람이고, 드러나야 하는 것은 책이에요. 책이 나온 다음에, 그리고 그 책을 누군가가 읽었을 때 그 다음부터는 저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것의 현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이고, 그 책이 있는 바로 그 순간이기 때문에 해석을 하고, 감동을 받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고 책과 독자의 일대일 관계에서 벗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각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경험, 감정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나오지 않는 그림책



“서로 사랑하면서 살고 있으면 그것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형태의 가족을 당연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알사탕에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나오잖아요. 저도 그 설정을 참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엄마는 어디에 있냐고 되게 궁금해했어요. 라는 질문에 백희나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엄마가 있는 아이들은 그게 궁금할 텐데, 엄마가 없는 아이들은 그게 당연한 상황이 된다는 거죠. 일반적인 책에서는 엄마가 수두룩하게 나와요. 그것에 대해서 의심을 안 해봤을 거예요. 그런데 엄마가 없는 아이가 봤을 때는 상처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구름빵은 첫 책이었고 신인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역량을 쏟아부어서 만든 책인데 그 책에서 딱 하나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4인 가족이 너무나 완벽하게 나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후에 삐약이 엄마라는 책도 만들었고, 알사탕에서도 그렇게 표현된 것 같아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림책의 제작과정, 더미북



“더미북에는 기본적인 도형들이 조금씩 들어가있어요.

완전히 백지로 드리는 것보다 이렇게 제한을 두게 되면 이것이 가이드가 될 수도 있어요.

자유롭게 작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림책의 제작과정인 더미북은 낱장에 그려진 그림과 글을 엮어 가제본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한 장씩 그려놓은 것을 이었을 때 스토리에 끊김은 없는지, 그림이 잘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백희나 작가는 알사탕의 더미북을 자료로 보여주었고, 참여자들은 백희나 작가가 준비한 더미북에 그림책을 그려보았습니다. 처음엔 한동안 쓰거나 그리지 못하고 생각만 하다가 이내 스토리를 정리하고 그림을 그려 자신만의 그림책을 완성했습니다. 배 속의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못생긴 똘멩이 이야기, 조카와 있었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더미북에 담겨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정체 모를 구멍 하나

구멍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멋진 수평선이 보일까?

아니면 예쁜 시골마을?

아니야! 무서운 공룡이 있을 수도 있잖아

공룡이 아니라 천국의 나라로 가는 멋진 계단일 수도 있겠지?

아 커다란 TV였으면 좋겠다.

너에겐 구멍 안에 무엇이 보이니?



누군가가 말로 건네는 위로보다 책의 한 문장, 우연히 본 그림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백희나 작가와의 두 시간이 그런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특별한 하루는 벌교 보성여관에서 김광림 명예교사와 함께합니다.

또 이야기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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