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희곡을 쓴다는 것은 테크닉이에요. 문학성, 예술성 이전에 테크닉을 갖춰야 희곡을 쓸 수 있어요.

이번 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에게 희곡을 쓰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요."







#김광림 명예교사



작년 특별한 하루에 이어 올해에도 김광림 극작가가 명예교사로 참여해주셨습니다. 김광림 명예교사는 '작년에는 짧은 강연의 형태로 진행했기 때문에 희곡을 쓰려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하며, 이번에는 '1박 2일 동안 진행하는 만큼 참여자들에게 희곡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극작 과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8월 23일 ,24일, 벌교 보성여관


"잘 알고 있었으나 최근 1년 이상 만난 적이 없어 근황을 잘 모르는 사람 두 명을 골라

외모, 성격, 습관 등을 묘사하고, 상상력으로 가공하여 자신의 캐릭터로 만드세요."



밀도 있는 희곡 쓰기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명예교사의 말에 따라 참여자들은 사전과제를 미리 제출하였고, 그중 15명을 명예교사가 직접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8월 23일,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보성여관에서 15명의 참여자와 명예교사가 만났습니다. 











#Part1. 사전과제 공유 / "극적인 허구라면 썸까지 갔던 것"



참여자 각자의 소개와 사전과제 공유로 밤 짓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짧은 자기소개와 함께 자신이 미리 제출한 인물을 소개했습니다. 남도 여행을 하던 중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도 있었고,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지만 한동안 펜을 잡지 않은 분도 있었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지만 어렸을 적부터 작가를 꿈꿨던 분도 있었습니다. 한 참여자는 자신이 적어온 두 인물을 설명하며, 상상력을 가미하여 만들어낸 극적인 허구가 있다면 '썸까지 갔던 것'이라고 얘기해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Part2-1. 인물과 충돌



“건축 설계도는 공간을 평면에다 표현하는 것이고, 희곡은 시간과 공간을 평면에 표현하는 것이다.

희곡을 보면 하얀 것은 종이고, 까만 것은 글씨지만 그 안에는 시간이 들어있다.”


"시적이고 문학적으로 쓰는 것보다,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잘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광림 명예교사는 시적이고 문학적으로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희곡의 틀을 갖추는 것이므로 그 방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막과 장으로 나뉘는 희곡의 기본 단위에 대한 설명부터 이번에는 '인물'에서 시작하는 장면을 쓰는 것이므로 희곡의 인물이 가져야 하는 특징까지 설명해주셨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희곡의 인물은 모두 목적을 가지고 등장한다. 서로 다른 인물 간 목적의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희곡은 일상에 있을 법한 일의 나열이면 안 된다. 철수가 학교에 가는 평범한 일상보다는 철수가 학교에서 자퇴하는 상황이 희곡에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습니다.
















#Part2-2. 쓰고,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기



“여러분이 만들어온 인물과의 관계를 모두 끊고, 인물을 작품의 오브제로 생각하세요.

그리고 아까 말한 두 인물 간의 충돌을 장면에 집어넣으세요. 반드시 강력한 충돌이 있어야 합니다.”



참여자들은 보성여관 곳곳에서 김광림 선생님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자신이 만들어온 인물로 장면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분은 바로 노트북에 글을 적기도 했고, 또 어떤 분은 한참 동안 종이에 정리한 후 글을 쓰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세 시간 후 다시 모였습니다. 김광림 명예교사는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는 것을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며, 참여자들이 자신의 장면이 아닌 다른 참여자의 장면을 읽게 했습니다. 노인, 술 취한 남녀, 부산 사투리를 쓰는 사람, 랩을 하는 남자. 참여자들은 인물의 직업, 상황, 지문에서 지시하는 바를 충실히 읽어나갔습니다. 어찌나 연기를 잘하시던지 깜짝 놀랐습니다!


한 장면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김광림 명예교사와 다른 참여자들의 코멘트가 이어졌습니다. "장소를 나무 밑이 아니라 나무 위로 바꿔보면 어때요?", "저는 재미있게 봤는데 여자든 남자든 말싸움을 하다가 물을 들이붓는 장면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계속 말로만 갈등이 이어지는 것 같아서 약간 아쉬웠어요." 등 장면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김광림 명예교사는 전반적으로 "충돌이 약하다. 더 과한 충돌이 있어도 된다. 연극이니까."라고 말하며 다음 장면을 쓸 때는 더 강한 충돌 상황을 만들 것을 요구했습니다.











#Part3. 밤새워 희곡 쓰기


“장면 A에 다른 사람이 써놓은 인물 중 한 명을 추가하여 총 3명이 등장하는 장면을 써보세요.

장면 A와 충돌의 결과가 달라지도록 하세요."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훌륭한 글을 쓰기는 힘듭니다.

다만 내가 요구한 조건을 충실히 집어넣어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생님은 글을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제시한 요구 조건을 빠짐없이 장면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고즈넉한 보성여관의 카페에서 참여자들은 서로 이야기하며 새벽까지 장면을 써 내려갔습니다. 혼자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한 참여자들에게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이 이야기하며 글을 쓸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소중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Part4. 최종 발표 및 마무리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는 과연 이 사람들이 내가 제시하는 것을 잘 따라 올 수 있을까 염려했었는데 놀랐어요.

오늘 두 번째로 쓴 장면 B는 어제 쓴 장면 A보다 훨씬 발전했어요."


"어제 내가 얘기했던 '이유나 목표를 가지고 충돌하는 것',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전략을 쓰는 것'.

간단하지만, 이 두 가지를 머리 속에 담아두고 글을 쓰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즐거웠습니다."

-명예교사 김광림



새벽까지 쓴 참여자들의 장면 B는 선생님의 요구대로 더 강한 충돌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했던 코멘트가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장면 A에서 인물을 추가해 발전시킨 장면 B는 훨씬 다채롭고 살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흐뭇한 미소의 김광림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이렇게 1박 2일 밤 짓기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참여자들에게도, 명예교사에도 특별하고 강력한 기억으로 남는 하루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밤짓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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