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교사 김아타


“1989년부터 이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우연히 보이는 사건이나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만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에 들어가 보고자 했습니다.

카메라는 만남의 최소한의 과정을 기록하는 도구입니다.”



가을이 깊어진 10월, 사진작가 김아타를 명예교사로 모시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아타 명예교사는 한국보다 세계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예술가입니다. 2005년 세계적인 사진 전문 출판사 애퍼쳐(Aperture)에서 <The Museum Project>를 발간한 바 있으며, 2006년에는 아시아 작가 최초로 뉴욕의 국제사진센터에서 개인전을 열며 국제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번 '특별한 하루' 강연을 통해 국내에서는 발표되지 않았던 작품들, 명예교사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작품 활동 이외의 활동을 잘 하지 않는 분이라 사진과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이 강연장에 와 주셨습니다. 



40여 분 정도 작가의 작업 영상을 보는 것으로 강연이 시작되었고, 이후 명예교사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김아타 명예교사는 참여자들과의 어색함을 풀려는 듯 "영상 보니까 어떠십니까? 강연에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으십니까?"라고 농담을 던지고는 1989년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자신의 카메라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무형문화재, 피폭자 2세의 사진 등 영상에서 빠르게 지나갔던 작품들을 다시 보며 하나씩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사진들에 관한 에피소드들도 나눴습니다.



 

 


 



#공감


"작가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공감을 먹고 삽니다.

공감, 그것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저에게 작업은 저를 인도하는 하얀 지팡이입니다. 오래 전까지는 제가 제 작업의 주인공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래 전에 바뀌었습니다. 저는 제 작업의 그림자입니다." 



"'이것은 사진이 아니다'와 '이것은 한국 사진이 아니다'. 제가 한국 사진계에서 받은 평가는 딱 두 개 였습니다." 작가는 공감을 먹고 산다는 명예교사의 말과 한국 사진계에서 그가 받은 평가에서 그가 걸어온 지난한 시간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순 사진 작업을 넘어 퍼포먼스, 설치 미술까지 늘 한 발 앞서 작품 활동을 펼치는 그의 원동력은 무엇일지 궁금해졌습니다. 명예교사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한 번 봅시다. 한 작품이라도 팔려야 밥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도 않은데 십 년을 넘게 한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 그 너머의 것을 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작품을 언젠가는 알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리고 나의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작가 김아타를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수적천석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것은 의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돌에 구멍을 뚫는다는 뜻


“모르는 것은 부족함이 아닙니다. 에너지입니다. 에너지이고 이상입니다.

그래서 한껏 몰라야 합니다. 그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제 작업의 핵심입니다.”



작업을 하며 만났던 장예모, 명예교사가 좋아하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업을 예로 들며 '의지'의 중요성을 얘기했습니다. "상암 경기장에서 작업을 할 때 장예모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날 저녁에 공연을 해야 하는데 비가 억수로 오고 세트가 완성이 안 됐습니다. 완성이 안 됐기 때문에 모든 스탭들이 실성할 지경이었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걱정되는 상황이었는데 장예모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중국의 객기를 보여주려고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객기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오만도, 객기도 아니었습니다. 의지였습니다."



"작가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관념의 세계입니다.

관념을 깨는 것이 대화의 시작입니다.”



"모르는 것, 저는 모르는 것을 최고로 칩니다." 모르는 것을 찾는 과정은 김아타 명예교사에게 대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가 작업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평생 대화를 해왔습니다. 오매불망 대화입니다. 저는 대화 주의자입니다." 명예교사의 이전 작업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본 후 이 말을 들은 참여자들은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이어서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고 난감한 일이지만 그래도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버리지 않으면 의식이 붙잡아 그것이 가장 무서운 관념이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설사 지금 내가 채 덜 익었다 하더라도 한 번 버리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강연 내내 테이블 위에는 잔과 보자기로 감싸진 무엇인가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강연의 마지막 즈음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명예교사가 평소 사용하는 잔과 강가에서 주운 돌이었습니다. 명예교사는 비워야 채울 수 있고, 깨버려야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며 바닥에 내려놓은 돌 위로 잔을 떨어뜨렸습니다. 당연히 잔은 산산조각이 났고 객석은 술렁였습니다. 명예교사가 준비한 깜짝 퍼포먼스였습니다. 명예교사는 강연을 하면서 '아타식으로 말하면'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했는데 오늘 특별한 하루 강연에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을 '아타식으로' 강렬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익숙한 것 깨버리기


"이렇게 얘기하고 매듭짓겠습니다.

모든 문제는 자기가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서야 질의응답까지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명예교사 김아타의 작업과 작업 방식을 작가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그의 예술 철학까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강연에서 명예교사가 자신이 일상에서 사용하던 잔을 과감히 깨버렸듯, 오늘 강연에 오신 분들도 깨고, 버리고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지고 돌아가셨기를 바랍니다. 

 

 



 

김아타 명예교사는 강연에 이어 특별한 하루 창작형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다음 후기에서 더 깊이 있는 명예교사와 참여자들의 만남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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