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내가 여행할 곳은 사람이다."
#명예교사 이병률
“매일매일 사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쑥스럽습니다.”
비바람이 불던 11월의 마지막 토요일, 인천 트라이보울에서 이병률 명예교사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분다' 등의 여행 산문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분입니다. 죽을 때까지 내가 여행할 곳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병률 선생님은 시인이기도 합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시와 여행, 그리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게스트로는 아이들과 여행하고, 여행하듯 노래하는 가수 권나무씨가 함께해주셨습니다.
#여행은 경계를 넘는 일
"저는 특별한 생각, 예술적 영감이 필요할 때 여행을 떠납니다.
또, 어떤 방법으로든 내적인 성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행합니다."
“여행은 경계를 넘는 일입니다.
우리가 살던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나와 전혀 다른 터전에서 성장해온 낯선 사람과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병률 명예교사는 매일 사는 것이 여행 같기에 여행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쑥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행산문집으로 사람들과 친숙해지게 되었으니 여행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중책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강연의 문을 열었습니다. 최근에 여행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있었던 일화와 스티브 윌킨스, 마크 샌포드의 <은밀한 세계관>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여행은 우리의 세계관을 어떻게든 변화시킨다고 했습니다.
#카벙클*이 필요한 순간
*카벙클: 알에서 부화하기 위해 새끼 거북이가 사용하는 임시 치아
"우리 인생에 어느 한순간, 어느 한 지점에 카벙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온실 안에서는 치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온실 밖으로, 추운 바깥으로 내몰아야 합니다."
명예교사는 새끼 거북이 알에서 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카벙클'의 개념을 설명하며 우리에게도 카벙클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어서 바쁘게 방송 작가 일을 하다가 파리로 훌쩍 떠난 20대 때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방송작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제가 썼던, 계속 쓰고 싶은 시와는 반대되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시를 생각하면 방송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모아 파리로 떠났습니다." 명예교사에게 카벙클이 필요했던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패를 위해서, 결핍을 느끼기 위해서, 심장을 데우기 위해서, 나의 취향과 안목을 위해서 좋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찾는 과정도 여행이라고 말하며, 어떤 사람인지를 찾기 위한 과정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여러분이 움직이지 않아도 여러분의 심장은 원하는 바를 향해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멘텀(추진력)을 염두에 두는 일상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게스트 권나무
"짧은 시간 동안에 제 나름대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병률 선생님 강연보다는 들쑥날쑥 하겠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권나무
2부는 이병률 명예교사와 게스트 권나무 선생님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로 꾸며졌습니다. "옆에 계신 분은 아티스트 권나무 선생님입니다. 학교 교사일도 하시고 동시에 음악 활동을 하시는 분입니다. 권나무씨가 아니라 권나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명예교사가 게스트를 소개했습니다. 이병률 선생님 말대로 권나무 선생님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수업하는 선생님이며, 동시에 음악 활동을 하는 분입니다. '시를 닮은 여행'을 주제로 같이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이병률 명예교사가 추천한 게스트로 강연 자리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시: 시인이 되려면 먼저
인: 인간이 되어라."
"오늘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쓴 글입니다. 첫 글을 '시인'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로 가져왔습니다." 권나무 선생님은 이병률 시인과 함께 하는 자리이니 이 글로 얘기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쓴 2행시를 소개했습니다. 권나무 선생님이 가져온 아이들의 글은 때로는 재치있고 때로는 진지했으며, 멋진 시 같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글에 여러 번 감탄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생을 여행하며 사는 사람
"저는 권나무 선생님이 SNS에 올린 아이들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이병률
"저는 권나무 선생님이 SNS에 올린 아이들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글을 쓰게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정말 인생을 여행하며 사는 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명예교사와 게스트의 대화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는 권나무 선생님의 라이브 음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큐시트를 적지 않았습니다. 그냥 갑자기 떠오르는 곳을 연주하며 부르고 싶었습니다."
권나무 선생님은 나누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오늘 정말 들려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라고 얘기하며, 처음 부임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떠난 국토 순례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저희는 잠잘 곳만 준비해주고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올 것인지는 아이들이 모두 정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습니다." 삼촌 인맥을 이용해 별장에서 낮잠을 자다가 모기에 잔뜩 물려서 목적지에 온 아이들, 발에 물집 잡혀서 부모님을 찾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도 그 모습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사람을 여행하다
"저는 이런 장면을 만나면 정말 사람을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어떤 사람에게 들었을 때,
그런 걸 알게 되는 것이 즐겁고 또 즐겁습니다."
-이병률
"저는 원래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들을 대하고, 음악을 하다 보니까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병률 선생님이 아까 강연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세계관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달라지는 것, 그것이 저에게는 여행인 것 같습니다." 권나무 선생님이 말했고, 이병률 선생님은 놀라며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런 장면을 만나면 정말 사람을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어떤 사람에게 들었을 때, 그런 걸 알게 되는 것이 즐겁고 또 즐겁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병률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에 권나무 선생님이 답하는 것으로 강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로맨틱한 여행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권나무 선생님이 답했습니다. "제가 지금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떠나는 여행이 낭만적인 여행이라 생각합니다. 교사나 음악가로서의 삶, 누군가의 애인이나 친구. 이런 것을 모두 끊고 갑자기 탁 가버리고 싶습니다. 제가 관심 없던 나라, 스리랑카 같은 곳으로. 가서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살아보고 싶습니다."
권나무 선생님이 모은 아이들의 멋진 글은 인스타그램 @child_poet에서 더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병률 선생님의 진솔한 얘기, 아이들의 시, 그리고 권나무 선생님의 음악.
바깥의 추위와 비바람이 무색할 만큼 따뜻함으로 가득한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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