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마지막 달에 떠나는 아날로그 감성여행
【 살며 여행하며 느끼며】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다들 부지런히 일어나,
아침도 챙겨먹고, 커피도 마시며 이야기의 꽃을 피우는 이유는
아무래도 -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이렇게나마 달래기 위해서겠지요.
하지만
오늘의 작별이 마지막은 아닐거예요.
우리가 이 여행을 기억하는 한 -
그리고 곧 여행이 끝난 뒤 삶으로 돌아가,
치열한 삶의 레일 위를 달리고 있을 2015년의 나에게
편지를 적어봅니다.
편지는 잠시,
영월에서 조금 더 긴 여행을 하다가
새해가 오면 제각기 주인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궁금하네요.
이 편지를 받아들었을 때쯤,
우리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요?
여행에서 느꼈던 여유를 아직 간직하고 있을까요?
다만.. 바래야 겠지요.
여행 전보다는 분명 다른, 좀 더 나은 내가 되어있기를.
삶 역시, 긴 여행임을 알았기에
매 순간을 조금 더 소중히 보낼 수 있는 내가 되어있기를..
이렇게 우리의 여행은
아쉬운 작별의 말을 영월의 겨울산에 남겨둔 채
끝이 났습니다.
흔히들 말하듯,
짧다면 짧고 길다면 또 긴 시간이었어요.
금새 지나가버려 서운하지만,
순간 순간을 고요하고 느릿하게 흘려보낸 만큼
어느때보다도, 나를 위해 보낼 수 있었던 여정이었습니다.
아직도 아쉬움의 여운이 남아, 포스팅이 자꾸 길어지기에
조금은 뻔한 듯한 한 마디로 이야기를 마치려합니다.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 그렇게 살다
어느 한 계절, 또 다른 여정의 시작에, 서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아직 못 다한 이야기
롤링 폴라로이드
'명예교사의 물건'시리즈에서도 사라진,
비운의 코너 '아직 못 다한 이야기'입니다.ㅎㅎ
알고 계시다시피
이번 여행은 스마트 폰을 꺼두는 것부터가 시작이었어요.
하여,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SNS에 올리기 위한 셀카나 인증샷과는 다른,
각자의 시선과 소중한 무엇을 담는 사진을 남겨보면 어떨까 싶었답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디카나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여러장을 찍어 마음에 안드는 것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고심 끝에, 정말 마음에 와 닿는 무엇을 위해 셔터를 누르게 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여행 내내 우리의 모든 순간을 함께 기억해 준
'롤링 폴라로이드' 예요.
그렇게 카메라는
우리의 손에서 손으로 제 나름의 여행을 하며,
여행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과
간직하고픈 겨울의 풍경,
길에서 만난 멍멍이, 쪽창의 햇볕,
어머니의 밥짓는 손길과
불현듯 마음을 스치는 잔상들을 묵묵히 담아내며
조용하고 성실한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벽 한켠에서 작은 전시회도 열었어요.
함께 모여 사진들을 보며 감상도 나누었고요,
나에게 쓰는 편지에도 함께 넣어 보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무엇을 찍었는지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는지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래서 남은 것이 장독대가 되었든, 옆 사람의 발가락이 되었든
사진 한 장을 두고 그 때의 그 마음, 그 때의 그 기분에 다시금 젖어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더 없이 좋겠지요.
곧 이 사진들과 함께, 작년의 내가 쓴 편지를 받아들 여러분들에게
미리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한충은 명예교사>
<박종만 명예교사>
<오경환 명예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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