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제17회 마이애미필름페스티벌 기념모자

 

쿠바재즈가 흐르던 마이애미 해변의 20세기 마지막 필름 페스티벌.

나에게 기념모자를 건네던 이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영화에서, 저는 잊고 있던 설렘을 찾았습니다.”


그의 설렘을 건네받으며, 나도 잊고 있었던 첫사랑을 함께 건네받았다.


연륜의 깊이만큼 모자는 헤지고, 감독도 나이들어가지만,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For the love of film’







아직 못다한 이야기




 



같이 이명세 명예교사의 인터뷰를 다녀온 사진작가의 말입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뭔가를 집어삼킬 것 같은, 야수의 눈빛이었어.’


정말이지 이명세 명예교사의 눈빛은,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날카롭고 거칠었습니다.
그리고 이명세 명예교사의 영화작업실에 놓여있던 커다란 그림.
그 그림의 제목은

‘아버지’

감독님의 눈빛을 고스란히 닮은,
푸른 늑대 한마리가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 우린 늑대야.
너는 나를 먹어라.
내 뼈까지 우득우득 씹어먹어야 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  13살의 아들에게.



그 늑대는 감독님이었을까요?
아니면 감독님의 아드님이었을까요?

어린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준 감독님도 멋있지만,
그 이야기를 잊지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그림으로 그린 아드님도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를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영화감독으로 기억할테지만,
누군가는 그를 ‘아버지’로 기억할 것이라는 사실이
어쩐지 조금 먹먹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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