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예쁘고 아름답게만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 아니다.

우리의 몸이 자유로울 때, 모든 것을 발산시킬 때 예술도 나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끄집어내고 터뜨리는 것이 예술이다."





#명예교사 유진규 / 게스트 이정훈(마임이스트), 안현정(연극 배우), 재즈말(DJ)



2017년 특별한 하루 첫 번째 대형 프로그램은 유진규 마임이스트와 함께 했습니다. 유진규 선생님은 45년 간 몸짓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공연, 축제, 문화예술교육 분야까지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마임이스트 이정훈, 연극 배우 안현정, DJ 재즈말이 게스트로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채울 수 있었습니다. '몸의 해방'이라는 주제로 강연함과 동시에 참여자가 즉흥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여, 참여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9월 2일, 청주 동부창고 / 자유를 느끼는 알약 + 내 속의 나


"당신에게 내리는 처방입니다.

이 약을 먹으면 당신은 자유를 느끼며, 일정 시간 동안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참여자들은 강연 장소로 들어오기에 앞서 의사와 간호사의 처방을 받았습니다. 비일상적인 곳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처방은 두 가지, 자유를 느끼는 알약을 먹는 것과 내 속의 진짜 나를 얼굴에 그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안대를 착용하고 강연 장소로 들어왔습니다. 





#눈을 감은 채 다른 감각 살리기




안대를 착용하고 들어 온 참여자들은 시각 이외의 감각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지나갔습니다. 바람에 휘날리며 소리를 내는 커튼, 물컹물컹한 매트, 살랑살랑 얼굴을 스치는 깃털, 바람과 함께 날아오는 미스트까지. 느린 걸음으로 코스를 하나씩 통과했습니다. 움찔하는 분들도 있었고, 웃음을 띄며 흥미롭게 지나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우리와 항상 함께하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몸


"어디서나 나와 함께 다니는 것이 무엇일까?

여러분이 지금 여기에도 함께 온 것. 바로 몸이다."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하라는 대로 해야 점수를 잘 받으니

우리의 몸이 거기에 적응해버렸다.




감각 체험 코스를 통과한 후 자리에 앉은 참여자들 앞에 유진규 명예교사가 등장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유진규입니다.'라는 첫인사로 강연을 시작한 명예교사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몸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꼼짝않는 몸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어떤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멈칫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교육 과정을 인형찍어내는 공장에 비유하기도 하셨습니다. "인형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눈을 치켜뜬 인형이나 주먹을 꽉 쥔 인형이 발견되면 불량으로 간주하고 폐기처분한다. 우리의 교육도 그렇다." 다소 과격한 비유이기는 했지만 어떤 것을 말하고자 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내 몸 느끼기


"편안하게 앉아서 눈을 감은 후 자신의 몸을 머릿속으로 그려라.

두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서 두 눈 위에 얹고,

몸에게 말을 걸어보아라."



강연 중간에 이정훈 마임이스트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혼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펼친 짧은 공연이었지만 모두를 집중하게 했습니다. 이후 다시 시작된 강연에서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온전히 느껴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참여자들이 눈을 감고 몸에 집중하는 동안 강연장 내 공기가 한결 차분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우리의 몸이 이렇게 된 이유


"우리의 몸을 이렇게 만든 이유를 찾아내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든 극복하고, 해소하고, 넘어가야

우리의 몸이 자유롭게 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자유롭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럴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고 얘기하며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되어버렸는지 기억해서 쓰고 그릴 것을 주문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종이와 색연필을 받아들고, 곳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하고, 쓰고,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15분의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참여자들은 집중했습니다.







#때려 부수고 날려버리기




15분의 시간이 끝난 후, 이정훈 마임이스트는 참여자들이 천천히, 길게 호흡하게 했습니다.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느라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지난 참여자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함이었습니다. 유진규 명예교사도 짧은 순간 아프고 깊은 기억을 끄집어내느라 수고했다며 참여자들을 다독였습니다. 


끄집어 내 보았으니 이제는 날려버리는 시간입니다. 참여자들은 미리 준비된 상자에 자신이 적은 기억을 붙이고, 때려 부쉈습니다. 처음에는 소심하게 방망이질을 하던 분들도 이내 힘차게 나를 구속했던 기억을 날려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적.



커튼 뒤에서 날아온 1,000개의 풍선까지 모두 터뜨렸을 즈음 갑자기 음악과 조명이 꺼졌습니다. 역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참여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각했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끝난건가?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은 "아. 시원하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긴 정적이 흐른 후 닫혀 있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지로 나가는 것으로 '몸의 자유가 예술이다'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강연장에는 부서진 상자와 구겨진 신문들, 터진 풍선의 잔해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마음속 깊이 꾹꾹 담아두었던 것을 들여다보고, 내보여야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참여자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아두던 것을

부수고, 때리고, 버리고 돌아가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진행된 참여자와 명예교사의 대화 후기는 [몸의 자유가 예술이다], 명예교사 유진규 (2)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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