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교사와의 대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만

얼마만큼 자신의 몸을 속박하고 억누르고 있었던 것을

바라보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명예교사 유진규



참여자들이 자신을 구속하는 것들을 부수고 터뜨린 그 공간에서 명예교사, 게스트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부숴버린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에서 참여자와 명예교사가 만났습니다. 먼저 명예교사와 게스트가 프로그램을 마친 소감을 이야기했고, 참여자들의 소감을 듣고 싶다는 유진규 명예교사의 말에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명예교사와의 대화 중 일부를 글로 옮겨 보려고 합니다.

 

마임이스트 유진규(명예교사): 이 프로그램은 사실 처음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런 식으로 해본 적이 없었어요. 예술교육에서 하나의 실험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원하고 의도했던 대로 된 부분도 있고 안 된 부분도 있었어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짧은 시간 안에 참여자들의 '몸의 자유'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만 얼마만큼 자신의 몸을 속박하고 억누르고 있었던 것들을 바라보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지 궁금해요.

 

연극배우 안현정(게스트): 저는 연극을 하고 있는 안현정이라고 합니다. 끊임없이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면서, 왜 자유롭지 못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저도 여기에 참여자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저도 신나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머리를 핀으로 고정시켰었는데 신나서 다 벗어버려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DJ 재즈말(게스트): 안녕하세요. 저는 힙합 DJ 재즈말이라고 합니다.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재미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는 '사람들이 뻘쭘해 하고 그래서 제대로 부수겠어?'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다들 적극적으로 하셔서 놀랐습니다. 뭔가 각성하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유진규 선생님이랑 이렇게 힙합 음악을 틀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방가르드 했어요. 강연이 끝난 후 락 공연이 끝난 후의 난장판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임이스트 이정훈(게스트): 처음에 제안을 받고 망설임이 있었는데 유진규 선생님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에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제 생각에는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가 없었던 분들인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이 프로그램의 참여자였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진짜 변했다면 공연이 끝나고 여기 없을 거예요. 바로 어딘가로 뛰어갔을 거예요. 예술은 단칼입니다. 아름다움이 눈 앞에 보였을 때는 탄성이 나오고 모든 것이 다시 보이기 시작해요. 그리고 내가 결정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결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저는 단칼에 변하는 예술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같이 하면서 이해하고, 공유하면서 어느 정도 작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돌아가셔도 제발 이 느낌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시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참여자A: 안녕하세요. 저는 연극배우예요. 학교에 예술강사로 출강을 하면서 계속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연이라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근데 때마침 저에게 딱 필요한 강연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트라우마를 꺼내려고 하니까 정말 눈물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저는. 근데 그것을 결국 때려 부수면서 해방감 비슷한 무언가를 느꼈어요. 사실 이때까지 저는 제 멋대로 살아서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떤 계기로 저를 가두게 되니 수업도 잘 안 되고 슬럼프도 오고 그랬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 눈을 뜨고, 내 몸을 다독이고, 억압된 현실에서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참여자 B: 청주에서 그림을 그리고 공부하며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앞에 말씀하신 분과는 다르게 어릴 때부터 억압 속에 살았어요. 그래서 제 마음대로 무언가 해본 적이 없었어요. 아까 상자를 부수고 풍선을 터뜨리는데 힙합 노래가 나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해서 했어요. 보통 두 시간의 강연이면 시간이 가는 줄 느끼잖아요. 근데 너무 금방 가버린 것 같아요. 정말 강렬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저를 구속하는 것들을 단번에 떨칠 수는 없겠지만 이번 기회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참여자 C: 안녕하세요. 저는 가까운 진천에서 강연을 들으러 왔습니다. 사실 마임이라고 해서 눈으로 보고 갈 줄 알았는데 마음으로 보는 공연이었어요. 저는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직장 생활을 하는 모든 직장인의 꿈이 퇴사라고 하잖아요. 근데 퇴사를 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고민이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늘 몸의 자유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시간이었는데 몸의 자유라는 것이 과연 몸 하나로 해결되는 것인가, 내 마음가짐 자체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내 몸이 과연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직장을 꾸역꾸역 다니고 있는 많은 직장인 중 한 명으로서 여기 와서 잠깐이나마 억압되어 있던 마음들을 표출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된다면 또 힘들지만 참으면서 살아가게 될 것 같거든요. 강연 중 마임공연을 해주실 때 그게 정말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집에 가서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양한 배경, 다양한 이유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진규 선생님이 프로그램을 만들며 참여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들이 -정도는 다르더라도- 잘 전달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소 놀라셨을 수도 있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이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참여자들과 잘 이끌어주신 명예교사, 게스트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몸의 자유를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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