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로 '돌멩이'를, 콩으로 '콩'을


"솔방울도 있네요. 이걸로 글씨를 쓸 수 있을까요?"


"자연에서 주운 다양한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가져가서 한 번 만져보세요.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만져봐야 획을 어떻게 그을지 생각할 수 있어요."



강병인 명예교사와 함께하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솔방울, 갈대로 글씨를 쓸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 오늘 수업에서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재료와 먹물, 서예용 붓으로 글씨를 썼습니다. 명예교사는 앞서 시범을 보였습니다. 둥근 돌로는 '동글동글'이라는 글씨를, 날카롭게 잘린 나뭇가지로는 '칼'이라는 글씨를 썼습니다. 재료의 특성에 따라 글씨의 느낌이 확확 달라지는 것을 보며 어르신들은 감탄했습니다.







#자유롭게 그리고 쓰기


"와~ 완전 화가가 따로 없는데요?"



한글을 배운지 얼마 안 된 어르신들의 글씨가 자유로운 재료를 만나니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글을 쓰는 재료에 따라 생각나는 단어를 쓰거나 쓰고 싶은 단어를 다양한 재료로 써봤습니다. 참여자들은 누가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글씨도 쓰고 그림까지 그렸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참여자의 모습을 보고 명예교사가 감탄했습니다. "와~ 완전 화가가 따로 없는데요?" 강병인 선생님은 참여자들이 쓴 글씨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붓을 들고 소리를 쓰다.


"누르는 힘을 많이 주면 두꺼운 획이 나오고

힘을 덜 주면 얇은 획이 나옵니다."


"급하게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즐기면서 하세요. 천천히."



자연 속 재료와 먹물로 글을 써봤다면 이제는 붓을 들 차례입니다. 명예교사는 서예의 기초가 되는 선 긋기부터 참여자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누르는 힘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 둘, 셋, 넷. 화선지에 선 긋기를 연습하고, 동그라미와 네모도 그려봤습니다. 이번에는 글자에서 소리가 보이고, 들리게 글씨를 써보라는 명예교사의 주문에 따라 '쿵쿵, 둥둥둥, 덩기덕' 글씨를 써봅니다. 소리를 내면서 글씨를 쓰다 보니 흥이 나셨는지 글을 쓰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꼬불꼬불, 꾸불꾸불. 참여자들의 작품과 함께 두 번째 시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웃으면서 글씨 쓰기


"'행복해라'를 쓸 때는 웃으면서 쓰셔야 해요.

안 그러면 글자가 안 예뻐요."



'손 글씨로 다시 처음처럼' 강병인 명예교사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오늘도 수업 시작 전 명예교사가 시범을 보였습니다. 참여자 중에는 한글을 배운지 얼마 안 된 분들도 있어, 보고 따라 쓸 수 있도록 하려는 선생님의 배려였습니다. 명예교사는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며 어르신들이 얘기하는 '건강해라, 늘 행복해라, 웃으며 살자' 등의 짧은 문장을 붓글씨로 써 칠판에 붙였습니다. '행복해라'를 쓸 때는 웃으면서 써야 한다고 얘기하며 글을 쓰는 명예교사의 말을 들으니 글씨에 마음을 담는 다는 것이 어쩌면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두고 싶은 말


"글씨가 아주 건강해 보이네요."



참여자들이 하고 싶은 말이 담긴 종이가 칠판 가득 붙었고 참여자들은 글씨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가훈처럼 두고 싶은 말을 썼습니다. 간단명료하게 '건강', '대박'이라고 쓴 분들도 있었고, '명랑하게 잘 살아라', '웃고 살자'라고 쓴 분도 있었습니다. 명예교사는 계속 돌아다니며 참여자들이 쓴 글씨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어르신들은 글씨를 잘 써놓고도 못 썼다며, 잘 안 써진다며 수줍어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명예교사는 작품이라며 다른 사람들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쓴 글씨 여러 개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고르게 한 후, 집에 두고 볼 수 있도록 액자로 만들어드렸습니다. 두꺼운 종이로 만든 종이 액자였음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웃으면서 좋아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이렇게 평창군 문해교실 어르신들과 강병인 명예교사의 '특별한 하루'가 끝났습니다. 프로그램 시작 전 명예교사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보통 어른들은 이미 자신의 글씨체가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직 정해진 글씨체가 없어 손 글씨 수업을 하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온다. 한글을 막 배운 어르신들과의 프로그램도 그래서 기대된다." 그리고 3주, 세 번의 수업이 끝나고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미 아름답게 글을 쓰고 계셔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강병인 명예교사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어르신들은 한글을 쓰고, 읽는 법을 기술적으로만 배우셨을지도 모릅니다.

글씨에 마음을 담는 법, 글씨의 의미를 담는 법을 이 수업을 통해 알 수 있는 멋진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건강'과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던 평창의 어르신들, 수업이 끝나고 명예교사의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얘기하던 어르신들.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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