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잭 케루악의 포스터
이것은 작가 잭 케루악의 포스터입니다.
이베이에서 32불에 낙찰받은,
이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포스터입니다.
어두운 방 한켠을, 저 자신만만한 미소로 밝혀주는 그는,
잠든 나를, 쓰는 나를, 여행에 지쳐 돌아온 나를 바라보는 그는,
내 20대의 아이콘, 영감의 원천, 여행의 나침반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이것은 나,
김동영의 포스터가 되었습니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
4월의 어느 날, 여행작가 김동영 명예교사를 만났습니다.
햇살이 걸러 들어오는 반지하 작업실은,
곰팡이도 정겨워보일 만큼 아늑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위태로운 책섬들로 발 디딜틈 없는 서재를 나와
거실에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유일하게 싱싱한 것이라던 딸기를 먹으며,
우리는 두 가지 물건을 소개받았습니다.
‘명예교사의 물건’ 그 첫번째로 오른 잭 케루악의 포스터와
어머니의 유품인 베개였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김동영 작가의 밤을 지켜준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베고 계셨다는,
그래서 인생이 무겁지 않았고, 모든 게 재미있었던,
옛날의 꿈을 꾸게 해준다는, 그 베개의 이야기는
너무 슬프다는 이유에서 ‘명예교사의 물건’시리즈에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좁은 페이지를 빌려
그의 슬픈 눈빛이 가진 비밀을 공개하는 까닭은,
그 아픔이 있기에, 그의 글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여러분도 조금은 눈치채지 않으셨을까, 해서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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