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를 닮은 소리, 소금
악기는 아이처럼 자랐다.
제 안에서 부는 바람 소리를 듣고, 연주자의 입김을 먹으며
조금씩 깊어지고, 조금씩 나이를 먹었다.
악기는 소년처럼 훌쩍 자랐다.
메마른 바람에 마디가 트고, 연주자의 손 때에 그을리며
조금씩 아파하다, 훌쩍 깊은 소리를 낼 줄 알게 되었다.
연주자도, 악기도 그렇게 같이 나이를 먹는다.
제 목소리를 내려 핏대를 세우며 싸우다,
서로에게 귀 기울여 하나의 소리를 내고, 그렇게 훌쩍 자란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
한충은 명예교사가 보여준 소금은,
사실 대가의 악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투박하고 생김새도 제 멋대로였습니다. 선생님도 그러시더군요.
“원래는, 좋은 악기를 만들기 위한 견본용 악기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소금이 생각지도 않았던 소리를 들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함께하게 됐습니다. ”
한충은 선생님은 이 소금에 애칭을 붙인 적도, 말을 걸어본 적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대나무 가루와 아교로 메워지고, 단단하게 손 때가 탄 악기를 보니,
정말 오랜 시간 아끼고 길들여 오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소금이 사람이라면 어떤 성격일까요?’
하고 여쭤봤을 때의 대답으로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죠.
“ 글쎄요. 그런 생각을 안 해봤는데.. 아마도 까칠하고 드세고 예민한데,
그래도 나를 좋아해서 같이 살아주는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날 저희는 소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 말고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선생님의 풍부한 식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면에 한계가 있어, 다 전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다음의 몇 줄로 조금이나마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 우리는 퓨전과 콜라보레이션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런 시대 속에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문화에 대한 주체성,
우리 예술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 단 하나라도 분명한 우리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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