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의 울림통, 기타


아프리카의 어느 배 위에서였지

이마에 늘러 붙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 순간

배에 부딪힌 물살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 순간

너를 품에 안고 나의 한 줄을 쏟아낸다


이방인의 허기를 달래준 노랫소리는 

깊고 진한 시간의 자국을 남기고, 

나를 또 훌쩍 떠나게 만들지


너와 함께 유랑하는 나는 떠돌이 로맨티스트

언제나, 하쿠나마타타~









아직 못다 한 이야기






   




긴 장마에 지쳐가고 있을 즈음,

아주 잠깐 하늘이 맑은 얼굴을 드러낸 어느 날 

이한철 명예교사가 자주 찾는다는 홍대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기타의 울림통이 심장과 맞닿아, 쿵쿵 함께 뛰는 따뜻한 느낌이 좋았어요.”


사춘기 시절, 우연히 보게 된 공연에서 무대 위의 기타에 반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딱 한 번, 일주일 정도 외국 여행길에 도저히 들고 갈 수가 없어서 두고 갔었는데, 

머물게 된 게스트하우스에 기타가 있었고, 

또 그를 알아보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래서 매일 밤 소소한 음악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뜻하지 않게, 그날도 약속에 없었던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인터뷰 도중 느닷없이 기타를 집어 든 그는

아프리카 여행 중 잔지바르로 가는 배 위에서 만들었다는 ‘흘러간다’를 연주해 주었습니다.

장난감을 쥔 다섯 살 아이 같은 순한 눈빛을 하고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연주는 계속되었습니다.

기타는 그의 품속에 아기 새 마냥 안겨 있었고,

기타를 품은 그는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다음 스케줄 때문에 일어서야 할 때가 되어서야 그는 기타를 품에서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300원~”


이한철 명예교사와의 만남은 바싹 말라 까실한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듯 상쾌했습니다. 

함께해서,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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