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학교] 집짓기로 노는 소년들의 이야기_마지막회

남자학교 집짓기 프로젝트 '일가(一家)를 이루다'

남자학교 소년들의 집짓기 이야기, 그 5일의 기록

마지막회, '집을 완성 시키다'

 

 

 

문경에서 집짓기 재료를 준비하며 시작된 '소년들의 집' 짓는 이야기가

6월 28일, 29일을 끝으로 어느덧, 마지막 시간이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더없이 푸르르고 아름다웠던 [남자학교] 소년 목수들의

2일 동안의 대장정, 그 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년들이 모이는 p.m. 2시, 하늘이 꾸물꾸물합니다. 

비가 오면 안되는데... 걱정이 살짝쿵 앞서네요.

이틀 동안 작업해야 할 양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일주일 만에 만난 소년들.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바빠요.

하지만, 반가운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잠시, 앞으로 해야 할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붕'과 '마루'를 완성해야 하는 대대적인 공사인데, 

아직 감이 없으니, 이리 웃고 있겠지요? 

자, 이제 시작해 볼까~? 롸잇 나우~

 

 

 

오늘의 작업도 나무 나르기부터 시작합니다.

 

 

작업대로 쓸 통나무도 옮겨요.

무거워서 낑낑거리는 국현이의 스텝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하지 않나요?

통나무의 무게가 20kg은 족히 나간답니다.

상휘는 발로 나무를 굴립니다.

상휘는, 머리를 쓴 걸까요? 발을 쓴 걸까요?  ^^ 

 

 

 

 

서까래 용마루에 고정 시키기

 

 

밑에서 서까래를 올려주면, 위에서 드릴과 나사를 이용해 용마루에 고정시키는데요,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지붕 위에서 장비를 이용해서 하는 작업이니 만큼, 정신 집중은 필수!

 

 

 

 

한쪽에서는 작업대를 마련하여 마루로 깔 널빤지 대패질에 들어갑니다.

 

 

 

이제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스스로 작업대를 만들고,

손의 기억에 따라 바로 작업에 들어갑니다.

상휘는 몰입도가 뛰어나요.

입을 꼭 다물고 집중한 모습이 여느 전문가 못지않죠?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이 줄줄 흐르네요.

입안으로 들어오는 찝찌름한 땀을 훔쳐내며 작업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는데...

공기에 비의 비릿한 냄새가 실리며 무겁게 가라앉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어요.

비를 피할 새도 없이, 전기 장비부터 후다닥 천막 안으로 챙겨 넣습니다. 

 

 

 

 

천막 안으로 들어왔을 땐 이미 순식간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홀딱 젖어버린 상태였어요.

이왕 젖은 거, 모두 흠뻑 비를 맞습니다.  

타타타타타닥- 타타타타타닥-

살갗을 때리는 비를 맞는 느낌이 묘한 쾌감을 주었어요.

청량한 마음의 사이다를 한잔 마신 기분이랄까요~ :)

 왠지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도 들고, 토닥토닥 마음을 다독여 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윤빈. 요녀석~ 요거요거요거~~~

다른 친구들이 장비를 나르는 동안 냉큼 천막 안으로 피해버렸네요.

가만두고 볼 수 있나요!!

필사적으로 버티는 빈이를 번쩍 들어 올려 밖으로 끌고 나갑니다.

온 힘을 다해 반항하지만, 절대 봐줄 리가 없죠!

 

 

 

결국 빈이까지 비맞기에 합류시키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왔어요.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죠?

비오는 틈을 타서 간식을 먹습니다.

수박과 만두로 배를 채우고

 

 

설거지할 사람 뽑기!!

가위, 바위, 보~

민이가 걸렸어요. 

 

 

 

 

민이는 자진해서 앞장서서 설거지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가위바위보까지 지다니!!!

그치만 불평없이 쓱싹쓱싹 해치웁니다.

 

 

 

 

서로의 마음이 모아져서일까요?

하늘이 맑을 얼굴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어디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가 있나요.

나무판자 깨기 놀이가 벌어집니다.  

 

 

 

동혁이가 먼저 팔을 걷어부쳤어요.

윽!  나무판이 깨지지 않았어요.  

너무 아파 비명소리도 못내고, 땀만 삐질삐질.....

 

 

 

 

뒤이어 진훈이가 도전!

빠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나무가 쪼개집니다.

동혁이가 먼저 깨놨기 때문인지, 진훈이의 주먹이 돌주먹인지 분간할 길이 없네요.  

다음으로 백송 선생님께서 도전!

 

 

 

으아아아악~ 척추를 타고 전두엽을 거쳐 두개골까지 느껴지는 고통!!!

거의 다 깨졌는데, 아쉽네요.

 

 

 

 

마무리는 연우가 가볍게 톡!

 

 

 

 

 

이어지는 놀이는 '육송 널뛰기' 

우리나라의 육송은 밀도와 탄력이 좋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고 해요.

 

 

 

 

어린 시절, 탔던 방방이(트렘폴린)를 기억하시나요?

방방~ 콩콩~ 둥둥~ 팡팡~

신이 났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서 노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활동적으로 노는 [남자학교] 소년들, 어때요? 더 멋지죠?

자, 신나게 놀았으니 작업에 들어가 볼까?

 

 

 

서까래를 올리고, 지붕의 기초 공사가 끝났어요.

아래에서 올려본 서까래가 운치있네요.

 

 

 

개판 치기

개판: 서까래 위에 까는 널빤지

 

 

소년들의 아지트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집이에요.

곡선의 용마루를 사용했기 때문에 서까래와 개판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모양을 잘 맞추어 주어야 해요.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공도 더 많이 들어가고요.  

서로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나무를 날라 주는 팀, 드릴로 뚫고 나사로 박는 팀으로 호흡을 맞춥니다.

 

 

 

아직도 할 일은 태산 같은데, 해가 뉘엿뉘엿 지려 해요.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을 칩니다.

식사 준비를 위해, 식사조와 작업조로 나누었어요. 

식사조의 활약을 잠시 엿보실까요?

 

 

 

 

먼저, 텃밭과 남자학교 마당에서 재료를 준비했어요.

상추, 깻잎, 호박 등 채소를 따고

실내로 들어와서 재료를 손질합니다.

 

 

된장찌개에 넣을 감자와 양파를 준비합니다. 

뭉뚝하고 서툰 손길에 혹시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웬걸요. 금세 습득하더니 쓱싹쓱싹-

특히 진훈이는 감자깎기에서 특출난 솜씨를 보여주었답니다.  ^^

그 사이, 동혁이는 쌀을 씻고 밥을 짓고요.

 

 

 

 

국현이는 양파를 썰었어요.

눈물을 주루륵 흘리면서도 끝까지 해냈답니다.

국현이는 요리에 관심이 많거든요.

 

 

 

 

고기와 함께 구워먹을 소시지와 버섯도 준비하고

손이 바빠요~

 

 

 

된장찌개도 한솥 끓이고요, 숯불까지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드디어 저녁식사 준비 완료!

파뤼파뤼~~~~

 

 

 

 

국현이는 형들과 선생님들이 먹을 고기를 맛나게 구웠어요.

관심이 있는 만큼 애정이 생기고, 그 만큼 잘해내는 거겠죠?

어쩜 이리도 맛깔나게 고기를 잘 굽는지요.

 

 

 

눈 깜짝할 새 쓱싹 비우고, 한 그릇 더 먹고...

땀을 흘린 후라 밥맛이 더 꿀맛이에요.

 

 

 

이번에도 설거지는 가위바위보로!

연우와 진수, 당첨!

양이 좀 많네요 ~ ㅎㅎㅎ

집에서는 손에 물 한 번 묻혀보지 않던 소년들,

[남자학교]에서 설거지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

 

 

 

힘든 노동 끝에 배까지 부르니 그저 눕고만 싶은데요....

하지만 아직 남은 작업이 많아요.

다 같이 모여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회의 결과! 야간 작업을 실시!!

 

 

 

등불에 비친 소년들의 눈빛과 땀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그렇게 묵묵히 작업은 계속되었고, 새벽 2시가 되어서!!

 

 

 

 

마루 완성!!!!!

"너희들!!  정말 멋지다~~~~ " ♡.♡

 

 

 

 

모기장을 설치하고, 돗자리를 깔고, 침낭 속으로 쏙-

몸이 녹초가 된 소년들, 눕자마자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구멍 뚫린 지붕 사이로 별빛이 포근한 이불이 되어 주네요...

잘자~~~

 

 

 

밤을 그냥 보낼 수 없는 센치 가이들이

모닥불 앞에 모였어요.

 

바람에 옅은 여름 향기가 실려 우리의 코를 간지르는 깊은 밤

소년들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귀에 감기는 소년들의 연주에 가슴이 가득 차오릅니다.

 

 

 

장작불이 있는데 감자구이가 빠질 수가 없죠!

더치오븐에 구운 감자 맛이 일품이에요!!!

아, 또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서로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새벽 세 시.

고즈넉한 밤이, 점점 깊어지는 만큼

아쉬운 마음도 깊어만 갑니다.  

 

 

 

다음 날, 아침 a.m 8시

밥을 먹고, '함께 하면-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작업의 완성도 중요하지만, 함께 집을 짓는 의미가 중요하니까요.

졸음이 몰려와 고개가 절로 떨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잠이 올 때의 눈꺼풀이라고 하죠.

아무리 부릅 떠봐도 자꾸 다시 감기는 눈을 어찌할 길이 없네요.

비몽사몽 간에 이야기 나눔 시간이 끝났어요.

 

 

 

 

어제에 이어서 개판 깔기 작업을 합니다.

손이 빨라져서 작업 속도가 점점 빨라졌어요.

땡볕에 작업하기가 쉽지 않지만, 점점 완성되어 가는 집을 보며 힘을 냅니다.

 

 

 

눈과 비가 새지 않도록 방수포를 덮고 나자, 온전한 지붕의 형태가 완성되었어요. ^^

 

 

 

뿌듯한 마음에 인증샷! 찰칵~

소년들과 함께 땀을 흘려서인지, 백송 선생님과 고무신 선생님의 미소가 소년을 닮았네요.

 

 

 

너와: 지붕을 일 때, 기와처럼 쓰는 얇은 돌조각이나 나뭇조각

 

 

잠시 쉬고, 심기일전해서 너와를 덮었어요. 

보통 너와는 기와 크기로 작게 잘라서 사용하는데요,

[남자학교]의 너와는 나무껍질의 결을 살린 긴 나무로 이어 붙였어요.

그래서 더욱더 자연을 닮았고요.

자~ 드디어~ 드디어~

 

 

 

남자학교 소년들의 아지트

 

 

소년들의 빛깔 만큼 순수하고 정직한 모양의 창의적인 집이 완성 됐습니다!!

비가 와서 작업이 지연되고, 총 다섯 번에 걸쳐 집을 짓는 게 무리가 있었지만,

소년들이 서로 힘을 쏟고, 서로 호흡을 맞추고, 다독이고 도와주며 이루어낼 수 있었어요.

 

 

 

 

금세 날이 어둑어둑해지더니 그림자가 길게 키를 늘렸어요.

팔을 들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지만,

발걸음만큼은 한없이 가볍습니다.

 

 

집의 완성은 형태가 아니라, 그 안의 공간을 채우는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소년들은 [남자학교]의 처마 아래,

자신들의 처마 아래,

어떤 이야기들을 채워 나갈까요?

[남자학교] 소년들의 아지트...

쉼표가 필요한 순간에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삐를 늦추고,

몸과 영혼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길 바래봅니다.  

 

 

이렇게 장장 이틀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소년들의 모습을 면밀히 보여드리려다 보니, 포스팅이 다소 길어졌네요.

스크롤의 압박만큼이나 즐거운, 소년들의 집짓기 이야기

'일가(一家)를 이루다' 마지막회를 마치겠습니다.

 

Good bye~ 다음 주에 만나요~

 

to be continued~~~

 

 

 

 

 

 

 

 

 

 

 

 

 

 

 

 

 

 

 

 

 

 

 

 

 

깨알여담: 소년들의 집짓기 모습을 담은 '일가를 이루다' 가 tv에 나왔어요.

소년들의 본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방송 탄 소년들의 모습을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클릭~

http://www.youtube.com/watch?v=GE_4is_G9r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