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위로 : '빈센트 반 고흐'의 화집


'밤비, 데려가자'하는 어린 딸의 한마디에, '오냐'하고 사슴을 잡으러 뛰어가던 사람,    

뻔히 잡지 못할 것을 알고도, 딸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던 그런 사람.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딸에게, 꽃이 가득있는 책을 사주고 싶었다는 사람,

치열한 무대 위, 아몬드 나뭇가지가 뻗친 상냥한 푸른 하늘을 보게 하고 싶었다는

그런 사람. 우리 아빠.




아직 못 다한 이야기



  





저희가 인터뷰를 하던 날은,

마침 꽃별씨가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동생과 함께 40일동안 스페인 순례길을 걷고 오셨대요.


'아마, 여행을 떠나기 전이었다면 다른 이야기를 했을지도 몰라요.

거기서 깨달은 게 너무 많거든요.

그 중에 하나가 뒤돌아보는 건 좋은 일이라는 거예요.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 뿌옇거나 컴컴한 길을 걷다가

조금 밝아진 듯해서 뒤를 돌아보면,

새로 태어난 햇볓에 물들어가는 세상이 보여요.

그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고, 희망이 샘솟는 기분이었어요.

살면서 저는 늘 앞을 향해서만 걸어왔는데,

여행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뒤돌아보는 건 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꽃별씨가 가져오신 물건.

'빈센트 반 고흐의 화집'은 자주 들춰보시는지, 윤이 반들 반들 했는데요.

희한한 점은 모서리 헤진 곳이나 페이지 구겨진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걸 보니 아버지의 생일 선물이기에, 조심 조심 페이지를 넘겨가며

그림을 보는 꽃별씨가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아빠께 가장 감사드리고 싶은 건, 세가지예요.

동생, 해금, 그리고 이름!"


저희는 모두 '꽃별'이 가명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본명이라는 데 놀랐어요.

꽃별씨가 태어나기 전,

땅에는 꽃이 아름답게 만발하고, 밤하늘에 가득 별이 빛나는 태몽을 꾸시고

이름을 그렇게 지어주셨다고 해요.



아마 그건,

하늘을, 세상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빛낼 거라는 ..

예지몽이기도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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