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로 세계와 소통하다"
명예교사 가구디자이너 하지훈 X 명예교사 한식푸드아티스트 이종국
2018 문화예술 명예교사, 어느 덧 마지막까지 달려왔습니다.
언제라도 여러분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될 특별한 하루 그 열다섯 번째 이야기
<한국의 '미'로 세계와 소통하다> 대담 및 강연이 11월 30일 금요일 오후 7시, 팔레 드 서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국립 덴마크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2009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예술가상(디자인)등 수상하며 현재 계원예술대학교 리빙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가구디자이너 하지훈님.
그리고 2016 ’곳간by이종국‘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 2스타를 받고 2016 한⦁중⦁일 인사장관 만찬디너, 2017 포시즌스 호텔 세계미식여행 행사 등을 진행한 한식푸드아티스트 이종국님입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두 명예교사와 함께 한국의 맛과 멋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특별한 하루입니다.
"음식과 가구가 묘하게 매치되는 부분이 있어서
오늘 특별한 하루는 재미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훈)
"음식 속에 내가 감동할 수 있는 스토리와 사연들이 정말 많아요.
그 안에서 ’한국적인 것‘을 함께 찾아내요.”
(이종국)
이종국 명예교사는 멋진 우리 음식을 정형화된 형태로 고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메뉴판 앞에 다음과 같이 써 놓았습니다.
"나는 그릇에 음식을 담지 않는다. 나의 철학을 담는다."
형태를 따라한다고 해서 음식이 가진 가치와 철학을 전부 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치와 철학, 그리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낼 때 멋있는 우리 음식이 탄생하고 이러한 가치가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녹아 나온다고 합니다.
"문화를 구성하는 것 중 하나는 밥상 문화입니다.
외국인들이 저희 집이나 가게를 방문했을 때
밥상이 20~30개씩 진열된 걸 보면
깜짝 놀라서 왜 그렇게 밥상이 많은 지 물어봅니다."
“여러 개의 밥상을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을 대접해 주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같이 앉아서 같은 음식을 먹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전해져 내려온 한국의 밥상 문화를 들여다보면 상대방을 배려한 정성과 마음이 깃든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한편 전통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음식들이 많은데, 이런 소위 퓨전 음식에 대해 이종국 명예교사는 전통을 버리고 새롭게 창조해야만 퓨전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밀가루만 먹으면 속이 아프다고 하신 분이 계셨어요.
그래서 저는 만두를 만들 때 밀가루 대신 무를 사용했어요.
’무‘를 사서 얇게 민 만두피를 살짝 찝니다.
얇은 무 안에 속을 집어넣으니까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여서 너무 이쁜 거예요.
과연 이 '무만두'는 퓨전 음식일가요? 퓨전이 아니라 그냥 '무만두'일 뿐이죠.
음식은 우리가 가진 전통적인 개념에서 조금만 바꿔보면 얼마든지 멋있고 예쁜 걸 만들 수 있어요.”
(이종국)
음식에 대해 다채롭고 새로운 말씀을 전해 들으며 하지훈 명예교사는 “세상에는 나쁜 재료가 없다, 나쁜 사용 방법만이 있다”라며 똑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모든 것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국적인 것에서 많은 영감을 얻기 때문에 한국의 ’미‘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해요."
(하지훈)
하지훈 명예교사는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에서부터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게 되는 원동력과 모든 바탕이 형성된다고 말합니다. 근본 없이 시작하다보면 나중에는 작품에서 철학이 사라지고 예술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까지도 올 수 있습니다.
하지훈 가구디자이너 님의 유학 시절 갔던 ’카피(Copy)‘라는 주제로 열렸던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에서 일렬로 나열되어있는 비슷한 모양의 의자들을 봤어요.
저는 처음에 놓인 명나라 시대의 의자는 오리지널인데
옆에 있는 의자들은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어요.
도슨트의 얘기를 전해 들으니 두 번째 놓인 의자는
첫 번째 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세 번째부터는 복제품이라고 했습니다.”
“새롭게 창조하지 않고 기존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의자는 어떨까요?
그냥 카피 제품입니다. 전통적인 것을 가지고 그 시대에 맞게
창조하지 않으면 작품이 아니라 복제품과 같은 꼴이 된다는 거죠.”
(하지훈)
시대에 맞게 꾸준히 작업하는 것이 왜 필요할까,
전통은 진부하게만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관객과의 Q&A>
Q. 지금까지 만들었던 작품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무엇을 고르실 건가요?
A. (이종국) 젊은 시절, 친한 친구가 사망했습니다. 그 친구는 언젠간 저에게 벤츠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친구가 떠나고 나서 저에게 사주겠다던 그 차를 샀어요. 그 차를 타고 전라도를 갔는데 열무가 아주 싱싱한 거예요. 그래서 열무와 함께 천 원짜리 칼을 사서 서울 올라오는 동안에 자동차 뒷자리에서 모두 다듬었어요. 갖고 오자마자 절여서 청양고추를 넣고 물김치를 담았어요. 친구를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던 그 김치가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A. (하지훈) 제가 항상 변하지 않고 고르는 작품이 있어요. 덴마크에서 공부했을 때 마지막 졸업 작품입니다.
방학 때 한국에 와서 응봉동 빗물 펌프장에서 등나무를 짜는 분에게 한 달 동안 빗자루질을 하며 등나무 짜는 기술을 배웠어요. 그 기술을 가지고 덴마크에 가서 의자를 만들었습니다. 등나무 짜는 기술을 접목한 이유는 서구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의 문화를 저의 작품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게 하고 싶었거든요.
Q. 가구를 잘 사려면 어떻게 사야 하나요?
A. (하지훈) 오래 쓸 수 있는 가구를 사는 거죠. 하나씩 바꾼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의자를 하나 사고, 몇 년 뒤에 돈을 모아 테이블을 하나 사고. 그런 과정이 빈티지가 되는 게 아닐까요?
자신의 취향을 꾸준히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꾸며가는 것이 저는 제일 좋은 가구를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학교에서 주거환경 공부를 하는 학생입니다. 가구를 만들어서 판매하시는데, 판매가격을 정하게 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A. (하지훈) 원가계산을 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치에 대한 것들은 그것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정하기 때문이죠. 사실 저도 그런 걸 되게 못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까 나중에 제가 먹고사는 것들이 해결되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본질적으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가치는 알아서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Q. 제품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품디자인을 하면서 점점 현대적으로 바꾸어 갈수록 전통이란 부분을 잃어버리게 될 때가 있어요. 전통을 가지고 가고 현대적으로 해석을 해야 이 시대에 맞춰갈 수 있을까요?
A. (하지훈) 작품을 예로 설명해 드릴게요. 제가 만든 작품 중 의자의 앉는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더 길어서 신발을 벗고 앉을 수 있는 의자로 만든 것이 있어요. 바닥에 앉지 않고 의자에서 좌식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너무 노골적으로 한국적인 것에 매몰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집에 소파가 있고 앞에 티 테이블이 있는데 밥을 먹으려면 본능적으로 소파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게 우리나라의 DNA라는 거죠. 모든 가구가 서구화되어있지만, 한국적인 것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을 사
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Q. 두 분이 생각하는 음식과 가구, 가구와 음식이 어떠한 연결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이종국) 가구와 음식은 친구죠. 어떤 셰프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좋은 그릇에 아름다운 음식을 먹고 싶은 게 로망일 거예요.
A. (하지훈) 저에게 전통 목가구 중에 아이템을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소반’ 이거든요. 굉장히 한국적인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테이블이라는 것은 사람을 모이게 하는 역할을 갖고 있는데, 이건 자연스럽게 테이블이 사람한테 가게 만든 거죠. ‘공고상’이라고 해서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는 개창(開窓)이 있는데, 상을 가져갈 때 머리에 쓰고 있으면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구멍을 뚫어놓은 것입니다.
왜 저런 형태가 나왔을까 고민해보면 그 형태 안에 명확한 답을 갖고 있다는 거죠. 한국적인 것을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요소들보다 그 안에 어떤 개념을 갖고 있는지 찾고 그것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유학하실 때 덴마크라는 나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하지훈) 제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며 책을 보는데, 너무 아름다운 가구들에 이름이 쓰여 있고 괄호 안에 ’덴‘이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덴마크라는 표기가 되었는데 그것을 보고 마음의 울림이 느껴지면서 나의 성향과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것을 선택할 때 나의 시선으로 결정을 해야 한다 생각해요. 내가 나에게 맞고 나를 중심으로 놓고 모든 걸 생각했을 때 다가오는 것. 저에게는 덴마크였습니다.
Q. 이종국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그릇은 무엇인가요?
A. (이종국)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그릇은 쓸 수가 없어요. 만든 사람의 철학과 사용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담겨있어야 하죠. 정말 좋은 그릇은 어디에 가져다 놔도 손이 가요. 그런 게 명품이 아닐까 싶어요.
전통적인 것, 현대적인 것 모두 우리가 우리 스스로 가치를 더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있으면 어떨까요?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영상(https://youtu.be/ba4VlW8VrEw)을 참고해주세요!
문화예술 저명인사 또는 예술인이 명예교사가 되어 일반 시민과 직접 만나 문화예술을 깊이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2018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함께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 인생을 변화시킬 특별한 순간, 문화예술 저명인사와의 특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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