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품고, 마음이 마주친 여행, 찬란한 시작作】


11월의 끝자락. 시인 이병률 명예교사와 강원도 영월에서 함께했습니다.      


 


 

찬란한 아침이 밝았습니다.

베이스캠프 '월강산하촌'을 찬란한 시作으로 단장하고,

먹물을 머금은 붓이 거칠게 지나간 듯한 봉래산의 절벽을 감상하며 한숨 돌리고 나자, 어느덧 약속 시각.

어떤 멤버들과 1박 2일을 함께 하게 될까요? 궁금증과 설렘으로 자꾸자꾸 까치발을 들게 됩니다.

 

 

 

 

서울, 대구, 부산, 성남, 안양, 인천까지~ 그야말로 전국구에서 참가자들이 모였습니다.


 

 

 

온기 가득한 구들장에서 눈인사를 마치고 언 발을 녹이는 사이

따뜻한 차와 엽서로 만든 리플릿을 나눠드렸어요.

이번 여행에서 쓴 시를 적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엽서형 리플릿인데요,

시와 함께 '나의 한 컷'을 사진으로 출력해서 일상으로의 나에게 우편으로 부칠 예정이랍니다.

 

 

 

 

참가신청서에 누군가(실명 보호 ^^) 적어놓았던

"달리 생각할 것이 있나요. 이병률, 그와의 시간인데..."의 주인공, 그!

시인 이병률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성별, 사는 곳, 하는 일도 모두 다른,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

하지만, 찬란한 시作에는 모두가 아는 친구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가 아니겠어요?

                어색한 시간은 아주 잠깐일 뿐. '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말의 물꼬가 트이고, 웃음이 터지며

내리쬐는 햇살만큼 가슴 한편이 따스해지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찬란한 시作만의 특별한 자기소개 시간!

자신이 좋아하는 시 한 편을 낭송하고, 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느 한 줄, 한 단어에 가슴이 저릿거려 눈길이 머물렀는지에 대해....

앞으로의 꿈과 지금의 고민, 그리고 삶의 무게 관해서도요.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개인적인 이야기를 술술 하게 되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참 신기하죠?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각이 열리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시는 내가 몰랐던 감각을 일깨워주면서

심장을 움직이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고, 심장의 온도를 올려놓는 역할을 해요. 이것이 크다고 믿는 사람은 본업으로 삼아서

그 길을 가고요. 외롭지만 말이에요." _시인 이병률 명예교사  

 

 

 

시를 읽고 나니, 시를 쓰고 싶은 열정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밥부터 먹고요~

이른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어느덧 배꼽시계가 신호를 보내고 있었거든요.


 

 

이름 하여, 월강산하촌 엄마 밥상~

직접 띄워 만든 뜨끈한 청국장에 각종 산나물과 잘 익은 김장김치, 장아찌까지...

으, 다시 봐도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또 한 그릇 뚝딱!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었답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몸을 따뜻이 해줄 핫팩을 두둑이 나눠드리고 '장릉' 근처의 카페로 이동했어요. 

외부에서 시를 쓰기 때문에, 잠시 몸을 데워야 했거든요. 아니! 날도 추운데, 왜 밖에서 시를 쓰느냐고요? 


 


 

 

"그날의 날씨, 빛의 세기, 빛깔, 바람의 정도에 따라서 다른 글이 나올 수 있는 몸 상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문학을 하고 시인이 되는 것 같아요. 시인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은 예민한 시선으로 자기를 비추고 있는

자연의 무엇을 바라보고, 느끼는 게 매우 중요해요."_ 시인 이병률 명예교사

 

 

답이 되셨겠죠? 이병률 선생님께서는 제천에서 유년기를 진하고 예민하게 보내셨대요.

차를 타려면 4~5km를 나가야 했고, 전기도 중학교 때 들어온 곳이라는데요,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자연이 주는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문학을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셨다고 해요.

자, 그럼 몸의 감각과 함께 마음의 감각을 활짝 열도록 자연을 마음껏 느끼러 나가볼까요?

 

 

 

일단, 좀 걷기로 했는데요, 저 멀리 단종의 묘(장릉)가 보입니다.

단종의 슬픈 역사 때문일까요? 왕의 릉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작은 묘가 더없이 쓸쓸하고 황량하게 느껴집니다.


 


 

 

때론 혼자, 때론 같이 발을 맞추어 걷습니다.

이번 여행을 기억할 '나의 한 컷'을 찍기도 하고, 바람을 맞으며 하늘도 보고, 어떤 시를 쓸까 고민도 하고,

함께하게 된 여행지기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병률 선생님께 글쓰기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묻고요...

강원도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지만

청량한 공기 때문일까요? 함께 걷는 이가 진한 친구가 될 것 같은 설렘 때문일까요?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것만 같습니다.

 

 

 

 

키가 큰 잣나무 숲을 지나 도착한 곳은 자연 속에 폭 파묻혀 있는 정자였어요.

 

 

 

 

이곳에서 카페에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잠시 나누었어요.

카페가 조금 시끄럽기도 했고, 저희가 다른 손님들께 불편함을 끼치는 것 같았거든요.

생각보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서, 탁 트인 공간이 그립기도 했고요.

이때 발바닥에 붙이는 핫팩이 능력을 발휘했지요. :)


 


 

"문학의 감수성은 단순한 것이 아니어서, 감동을 받으면 자기만 읽고 서랍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든 전파하고 싶다는 본능이 있어요. 내 마음에 다가오는 시를 읽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고, 부끄럽지만 내가 쓴 시를 누군가가 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이처럼 시는 전염이 쉬워요." _시인 이병률 명예교사

 

 

시의 본질과 세상에서 시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시를 대하고 쓰는 마음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울렁거립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요.

그리고, 이병률 선생님께서 최근에 내신 시집 「눈사람 여관」에 실린 시 중 북강변이라는 작품을 낭송해주시며,

어떤 에피소드로 이 시를 쓰게 되셨는지, 사소한 일상이 시인 안에서 어떻게 확장되어 시로 나오는지도 말씀해주셨어요.  

 시인으로서 예민하게 촉을 세우고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요.

잠시, 북강변에 머물어보실까요?

                                                      

                                                        북강변

 


                                                        나는 가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길을 잃고

                                                        청춘으로 돌아가자고 하려다 그만두었습니다

 

                                                        한밤중의 이 나비 떼는

                                                        남쪽에서 온 무리겠지만

                                                        서둘러 수면으로 내려앉은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이해하자 하였습니다

 

                                                        당신 마당에서 자꾸 감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팔월의 비를 맞느라 할 말이 많은 감이었을 겁니다

                                                        할 수 있는 대로 감을 따서 한쪽에 쌓아두었더니

                                                        나무의 키가 훌쩍 높아졌다며

                                                        팽팽하게 당신이 웃었습니다

 

                                                         길은 막히고

                                                         당신을 사랑한 지 이틀째입니다

 



  시인의 목소리로 직접 낭송하는 시를 들으니, 감동이 배로 밀려옵니다.  

그야말로 '찬란한 시作'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까요?

'어떤 시를, 어떻게 쓸까?'하는 막막함이 조금은 사라지는 듯하고요. 

이렇게 감각의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시작(詩作)에 들어갑니다.

시제는 '기차'와 '들판'입니다.

 

 

 

 

나만의 길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으로, 감정의 깊은 밑바닥으로 한 걸음 발을 뗍니다

 

 

 

 

어딘가에 묻혀있던 감정의 자국들이 하나둘씩 일렁이며 일어납니다.

익숙했던 일상에서 눈에 걸려 가슴에 걸어두었던 순간들을 기억해냅니다.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함께 호흡하는 것만 같은 시간

공기의 입자조차 잠시 숨을 멈추고 곁에서 머물러주는 것만 같은, 그런 시간

 

시를 쓰고 있는 순간입니다.

고요하지만, 치열한 순간입니다.

고통스럽지만, 짜릿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열정적이지만, 추운 순간입니다

 

2시간 정도 흐르자, 갑자기 강한 바람이 몰아치며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거든요.  ^^;

30분 앞당겨 시作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후다닥 서둘러 우비를 나눠드리고 '장릉' 안의 단종역사관에 들어왔어요.

찬란한 시作의 멤버들을 위해 조선사를 연구하고 계시는 분을 특별 초청하여

 조선의 역사와 단종의 일대기를 듣는 기회를 마련하였답니다.  

이틑 날, 단종이 유배되었던 '청령포'로 산책하러 가기로 했거든요.

시와 함께 역사 여행까지! 찬란한 시作이 두 배로 깊어져 갑니다.


 


 

 

추위에 배고픔도 두 배로 커져가고요.

저녁으로 영월에서 유명한 곤드레밥을 먹으러 달려갔어요.

여행에서 식도락의 기쁨은 절대! 절대절대! 빼놓을 수 없잖아요?

심혈을 기울여 메뉴를 선정하였지요~    :) 

그리고, 피해갈 수 없는 시간.

바로 품평회 시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참가자들의 시 한 편 한 편을 꼼꼼히 읽고 메모를 하시는 시인 이병률 명예교사

 

 

 

 

선생님께서 시를 읽으시는 동안, 멤버들끼리 서로 사진도 찍고 웃었었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ㅎㅎㅎ

 

 

하지만, 본격적인 품평회가 시작되자 웃음기는 사라지고 묘한 긴장감이 휩싸고 돌며, 더없이 진지해집니다.

내가 쓴 시를 시인이 소리 내어 읽어주고, 그 시에 대한 평을 듣는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왜 시가 되고, 시가 될 수 없는지, 어느 부분이 시의 향기를 띄고 있는지,

어떤 제목을 붙였을 때 시가 더 빛나게 되는지 조목조목 말씀해주셨어요.

 

"산문이 산이라면, 시는 바다라고 생각해요. 산문은 몸을 쓰면 겪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요.

반면 시는 응축되고 말을 펼칠 수 있는 짧은 무엇, 여지가 있어야 해요. 시적인 포즈도 중요해요.

절제하고 턴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장조를 바꾸기도 하고, 운율을 중요시하기도 하죠.

그리고 너무 흔하게 쓰는 말, 문장, 단어를 쓸 때 얼마나 벌거벗은 채 노출되는지 알아야 해요." 

_시인 이병률 명예교사

 

 

 

 

 

참, 귀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날카롭지만, 애정어린 품평회 시간이 끝나고,

이병률 선생님께서 뽑으신 상위권 3명의 시 낭송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심장이 벌렁벌렁~ 목소리는 달달달~ 휴, 옆에 있던 저희도 진땀이 흐르는 것 같았답니다.ㅎㅎㅎ

다수결로 뽑힌 1등, 2등은 이병률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선물도 받았어요.  

긴긴, 밤~ 따스하고 뭉클한 밤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엽서에 시를 적습니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기도 하고요.

 

 

 

 

여행의 한 컷은 전날 저녁에 파일로 받아 출력하여 드렸지요~

모든 건, 자유였어요. 시를 엽서에 적는 것도, 사진을 남기는 것도, 우편으로 부치는 것도요.

여행의 기록을 담는 그릇만 준비해 드린 거지요.

 

 


 

시와 사진으로 기록한 여행을 봉투에 담아, 우표도 붙였습니다.

받는 이: 나

 

 



 

차에 탔던 멤버들을 불러모아 우체통에 넣는 모습을 설정샷으로 남겼어요.  ㅎㅎㅎ 

 

 

 

 

강한 비바람을 뚫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정점을 찍었던 곳,

단종의 유배지였던 육지 속의 작은 섬, '청령포'로 향합니다.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어

배를 이용해야만 출입할 수가 있어요.



 

 

저희도 배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송림으로 둘러싸인 비에 젖은 낮은 돌담의 단종어소를요.

어린 왕은 이곳에서 얼마나 적막했을까요....얼마나 쓸쓸하고, 먹먹했을까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요...

 

 

 

 

연암 박지원은 천이백 리 아득한 요동 벌판 앞에 서서 자신도 모르게

 참 좋은 울음터(호곡장)구나. 크게 한번 울 만하다.”라고 외쳤다고 해요.

그리고 당나라 한유는 자연은 사람 중에서도 가장 잘 우는 자를 빌려서 그로 하여금 울게 한다.

시를 짓고 노래하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라고 했다는데요,

시인의 울음터란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만의 호곡장, 그리고, 마음이 마주친 친구들도 찾아낸 것 같아요.

 



 

 

눈을 맞추고, 미소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가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요~ 

우리가 만났던 여행, 찬란한 시作을 기억하자~

 

 

 

 

네!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단체 샷입니다.

다소 식상하지만, 네... 찍었어요.  식상한 단체샷!    :)

여기서 이병률 선생님의 신의 한 수!

"우비 벗고 찍읍시다~~~ "

어때요? 비바람이 몰아치는지 전~혀 모르시겠죠?

 

 

 

 

겨울비와 함께 산책을 하고 나니 뜨끈한 국물이 그리웠어요.

메뉴로 감자옹심이 칼국수 당첨~ 

곁들여 나오는 보리밥까지 먹고 나니 어느 덧 헤어질 시간입니다.

"하루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강제 해산(?)시킬 수밖에 없었어요. 저희도 아쉬웠답니다.

 

 


 

1박 2일. 짧은 여행이었지만, 금세 언니, 동생, 친구, 누나가 되었어요.  

'시'와 '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공통점만으로 마치 오랫동안 정과 시간을 나눈 벗처럼 가까워졌습니다.

여행 후 바로 다음 날 또 만난 멤버들도 있고, 종종 만나 술잔을 기울인다는 후문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

짧은 여행이지만, 긴 이야기가 쓰일 것 같죠?

 

시를 품고 떠나, 문우(文友)를 만나고, 마음이 마주친 여행

시를 짓고, 시를 읽고, 시를 낭송하는 여행,

시인 이병률 명예교사와 함께한 찬란한 시작(作)이였습니다.

 

 

 

 

 

"일년에 꼭 한 편씩 시를 쓰세요. 그러다 두 편, 세 편씩 늘리면 더 좋고요. 꼭 잘 써야 하나요? 못써도 상관없어요.

집중해서 시를 쓰다 보면 시가 내 안에서 휘돌며 정화되는 힘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시는 나를 가장 나답게 해주고,

사람답게 해주는 뿌리 역할을 합니다. 내가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공급을 받아 인간으로서 얼마나 따듯하게 살 수 있느냐.

어떤 꿈을 꾸면서, 더불어 같이 살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시 안에 응축 돼서 그 시를 가지고 빌미 삼아서 계속해서

삶을 끌어나갈 수 있죠. 못써도 상관없어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계속해서 시를 써 나가길 바랍니다."

                                                                                                                                                _ 시인 이병률 명예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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