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명예교사와 남자학교가 함께하는 '요리'로 노는 셋째 날

- 서툰 칼질, 서툰 맛내기 '당신을 위한 밥상' -



 

 

 

"박찬일 선생님 뭐하세요?"

"요리를 위한 재료 준비중입니다."

"아니, 아이들한테 시키지 그러세요."

"하하하. 아이들은 밖에서 준비하고 있어요."

"오늘의 요리는 무엇인가요?"

"재료를 보시고 한번 맞춰보세요."

 

 

 

 

"쑥덕쑥덕... 쿵덕쿵덕...어쩌구 저쩌구..." 

 

"얘들아~~~ 뭐해~?"



 


 소년들이 마당에 둘러앉아 신문지를 깔고 쪽파를 다듬고 있네요.

 

 

 

 

 소쿠리와 함지박을 씻어 나르기도 하고요.

 


 

 

아니! 텃밭의 무가 사라졌어요.   ⊙ ,.⊙

무를 찾아라~~~

 

 

 

 

연우가 수돗가에서 씻고 있었네요.

동혁이는 친구들과 함께 다듬은 쪽파를 씻고 있고요.

(가운데에 있는 여인은? 저예요. ^^  드디어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남자학교의 유일한 여자 '움'이랍니다.

남자학교에서 진행과 잔소리를 담당하고 있지요.

종종 포스팅에 뒷모습이나 옆모습으로 등장하였답니다. 홍홍~ ) 

어떠세요? 오늘의 요리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아직 이라고요? 그렇다면, 이걸 보시면 단박에 알아맞히실 거예요.

 


 

 

새우젓, 마늘과 생강, 굴이 준비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죠?

결정적 힌트~

 

 

 

 

 짜잔~ '절임배추'입니다

:)

 

네! 오늘의 요리는 바로 '김치'랍니다.

 

11월 1일 박찬일 선생님과 함께하는 요리 마지막 시간.

 남자학교 김장을 하기로 했거든요.

 

 

 

 

절임 배추를 소금물이 빠지도록 채반에 가지런히 놓아둡니다.

소년들이 김치를 담글 배추는 15포기에요.

 

 

 

 

"웅성웅성" "시끌시끌" "하하하하" "큭큭큭큭"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요?



 

 

놀다방에서 고무신과 소년들이 미나리를 다듬고 있었어요.

손보다 입이 더 바쁜 소년들.

마치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김장을 하듯이 자연스럽게 수다모드가 발동합니다.



 


 

"와~ 무채 써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 완전 팔 아파요!" 

팔이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처음 해보는 일이 신기한지 서로 자기가 해보겠다고 난리네요.

좋아좋아~ 좋은 자세야~~~  앞으로도 쭈욱~ 그렇게 하길~ ^^

 


 

 

미나리는 다듬어서 손으로 툭툭 뜯어서 준비 끝!

무채는 크기가 제각각이네요. 어떤 건 너무 얇고, 어떤 건 너무 두껍고...

이걸 보신 박찬일 선생님의 한 마디!

"이야~ 이건 완전 야만이네. 야만. 하하하! 여러분, 생미나리 먹어본 적 없죠?

요리를 할 때 각각의 재료가 어떤 맛을 내는지 잘 아는 건 정말 중요해요. 무슨 맛인지 한 번 먹어봅시다." 

 

 

누가누가 더 잘 먹나~

 

 

 

오물오물... 음메에~~~ 오물오물....

'읔! 이게 무슨 맛이지?'

진훈이의 표정이 좋지 않네요.

 

 

 

 

"어?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씹다보니까 먹을만해요."_신연우

 

지금은 맛이 없게 느껴지는 것도, 한 번 두 번 먹다보면 점점 그 맛을 알아가겠죠?

 

"미각은 혀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장 기관에도 있어요. 싫어하는 음식을 먹었을 때 속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건 단지 심리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에요. 내장 기관도 맛이 없다고 느끼는 거죠. 하지만 자꾸 먹다보면 점점 미각을 찾아간답니다.

어렸을 때에는 맛이 없었던 음식이 크면서 맛있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요.

다양한 맛을 많이 맛볼 수록 혀의 미각과 함께 내장 기관의 미각도 점점 발달해요."_박찬일 명예교사

 

 

 

 

소년들의 야만적 재료 손질과 생미나리 맛보기가 끝나고 김치속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준비한 각종 채소를 한데 모으고

 

 

 

 

박찬일 선생님의 레시피로 준비한 양념 투하~

(있잖아요, 근데요.... 사실 박찬일 선생님께서도 김치는 처음 담그신대요. ㅎㅎㅎ)

 

 


 

쇽쇽쇽쇽~ 휘적휘적~

마구마구 섞어주며 채소와 양념이 잘 섞이도록 조물조물 버무립니다.

 

 

 

 

어때요? 제법 그럴싸 하죠?

선생님~ 저희 잘했죠~

 

 

 

 

'음, 농도와 끈기, 단맛과 매운맛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군. 훌륭해~' 

 



 

 

배추 속 잎 중 노랗고 여린 잎을 하나 뜯어 속을 넣고 돌돌 말아 한입에 쏙~

진수야, 고무신 입 찢어지겠다~ ^^

 

 

 

 

"자, 이제 배추에 속 넣기에 들어갑시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장갑부터 끼고~

 

 

 

 

 작업 준비 완료! 이제 시작해 볼까~

 

 

 

 

"배추를 자른 단면이 위로 오래 한 뒤, 아래 잎부터 차근차근 양념속을 채우면 돼요.

마지막엔 겉잎 중 큰 잎을 골라 동그랗게 돌돌 말아줘요."

 

 

 

 

 

"이렇게 하는 거 맞죠?"

"맞아요. 근데 양념을 좀더 묻여야 할 것 같아요."

할머니를 도와 김치를 담가본 진수는, 제법 능숙한 손길이네요.

 

 

 


 

 

열심히 배춧 속을 채우는 소년들이 손길이 분주합니다.

투박하고 생소한 손길이지만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을 다하고 있어요.

이 김치는 '특별한 분'께 선물로 드릴 거거든요.

 




 

 

차곡차곡 쌓여가는 김치를 보니 마음이 뿌듯~해 집니다.

모양도 그럴싸 하죠?

이게 다가 아니에요. 진짜는 요기에 있어요!

*

*

*

 

 

 

이렇게 한 통씩 고운 마음까지 꾹꾹 더해 따로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자학교에서 매주는 아니지만, 기회가 닿을 때마다 직접 밥을 지어먹도록 하였는데요, 

라면이나 계란 후라이 말고는 요리라고는 해본적이 전혀 없던 소년들이

쌀을 씻을 줄도 몰랐었던 소년들이

밥물을 맞추게 되고, 감자를 깎아 된장찌개를 끓이고, 카레를 만들어 먹고...

그리고 이렇게 직접 김치까지 담게 되었어요.

흐흐흐흑.. 정말 감동의 눈물이 눈 앞을 가리네요. 

 

김장 버무리기가 끝나갈 즈음, 박찬일 선생님께서 갑자기 보이시질 않습니다.

"선생님~ 어디계세요~~~"

 



 

 

선생님을 찾으러 가던 중, 갓 지은 밥을 들고오는 성식이와 승훈이를 만났어요.

그런데, 아주 신이 난 얼굴인데요? 

"혹시 선생님 어디 계신 줄 알아?"

"부엌에 계세요. 으흐흐흐흐흐흐...."

그 웃음은 모냐~ ㅡ,.ㅡ


 

 

 

요것 때문이었구나! 

박찬일 선생님께서 부엌에서 돼지고기를 삶고 계셨어요.

김장하면, 보쌈 아니겠어요~  :) 

 




"우와~ 이렇게나 많이요?"

놀라는 제게 선생님께서 던지신 한 말씀!

"지난주에 먹는 거 봤잖아요. 이 정도로도 어림도 없을지 몰라요."

아... 그렇죠. 무려 50인분의 고기를 먹어 치우고도 라면을 흡입했었더랬죠....

 


 

 

잘 삶아진 돼지고기를 본 소년들의 입이 헤벌쭉 벌어집니다.

으아아~~입안에 침이 절로 고이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선생님께서 삶은 돼지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 접시에 놓아주시는데요,

꼴깍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자~ 먹자~~~"

 

 

 

 

노오란 배추 속잎에 고기 한 점을 얹고, 직접 담근 김치를 잘 쌓아 올려서 꿀꺽!

배춧잎의 달달함에, 육질이 부드러운 고기와 매콤한 양념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입안에서 살살 녹아버립니다.

으아~~~ 이거 너무너무 맛있잖아~~~~ 

 

 

 

 

~~~조으다~ 조으다~~~

진수가 물개박수로 화답을 하네요.

 

 

 

 

보답으로 박찬일 선생님께도 한 보쌈을~

 

 

 

 

 

너나 할 것 없이 폭풍 젓가락질을 쉴 수가 없습니다.

 

 

 

 

쳐묵쳐묵...

(조용~)

쳐묵쳐묵...

 

 

 

 

 볼이 미어터져라 넣고, 또 넣고...

 


 

 

서로 한 보쌈씩 싸주기도 하고요...

 

고무신: 국현아~ 내가 싼 거 먹어봐~

국현: (눈빛 감사) ^^

 

남자학교는 정이 넘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니까요~~~ 홍홍~~~ 



 

 

동네 잔칫날 마냥 왁자지껄 먹고, 웃고, 즐기다 보니 어느덧 박찬일 선생님과 헤어질 시간이 되었어요.

 

매일 식탁에 오르는 김치를 보면서도, '김치를 어떻게 담그나'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죠?

요리하는 남자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김치를 담그는 일은 대부분 여자의 몫이에요.

특히 김장 같은 경우는 힘쓰는 일이 많은데도, 여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가 많죠.

저도 요리를 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김치는 처음이거든요.

앞으로는 김치를 먹을 때, '이 김치를 담근 사람이 참 수고하셨겠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리길 바라요."

 

"김치는 발효시켜 먹을 때 깊은 맛과 특별한 효능을 가져요.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긴 시간 동안 발효숙성 시켜 서로에게 깊은 맛을 내는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_박찬일 명예교사_

 

 

 

-  서툰 칼질, 서툰 맛내기 '당신을 위한 밥상' -

 

모양새나 맛보다 중요한 건, 그 요리를 만들 때의 마음이겠죠?

오늘 담근 김장김치는 내일 소중한 '당신'께 드릴 예정입니다.

 

 

to be continued~~~

 

 

 

 

 

 

 

 

 

 

 

 

 

 

 


 

 

 

 

 

 

 

 

 

 

깨알 여담: '남자학교 김장날'은 박찬일 선생님과 맛나게 노는 마지막 시간이었는데요,

헤어짐을 아쉬워하시던 선생님께서 소년들에게 이태원 레스토랑

인스턴트 펑크에 초대하는 "남자학교 소년 초대권"을 쏘셨답니다.  

나중에 이태원으로 가서 선생님을 뵙고 온 재현, 상휘, 국현이 인증샷을 보내왔어요.

요리가 나오자마자 먹느라 사진을 별로 못찍었다고 하는데요

빈 접시만 봐도 얼마나 따뜻한 대접을 받고 왔는지 알 수 있으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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