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두원 명예교사와 함께 그리는 청각 크로키

。˚ 소리를 그리다 ˚。˚

 

 

- 경기도 이천 율면고등학교와 함께한 '소리를 그리다' 첫 번째 시간-

 

 




"되게 못 그렸죠? 근데 저 화가예요. 안녕하세요! 화가 이두원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건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저는 지금 무엇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음악을 들으면서 손이 가는 대로, 그냥 막 선을 그렸어요."




 



'소리를 그리다' 첫 번째 시간을 함께한 이곳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율면고등학교입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 한 학년당 1학급씩만 있는데요, 

이번에 함께 한 학생들은 수능 시험을 막 마친 고3 학생들이랍니다. 





"여행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는데 꼬시고 싶다. 그런데 전혀 말이 안 통한다. 어떻게 할래요?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그럴 땐 그림을 그리면 돼요.

차를 그리고, 여자와 남자를 그린 후 손짓 발짓을 하는 것만으로 의사 전달이 돼요. 

이처럼 그림은 본능이고, 언어보다 빠른 매체예요. 여자를 꼬실 때 그림을 잘 그릴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림을 시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슷하게 그려야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고정 관념과 부담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것을 두려워하고요. 그러지 마세요. 

그림은 본능이에요. 고정 관념을 버리고 직관력을 믿고 흐르듯이 그리세요."_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그림은 본능이다!"



 

 

화가 이두원 명예교사의 시연



소리(음악)를 그리는 방법은, 연주 시간에 맞춰 3분, 2분, 1분으로 나누어 빠르게 그리는 '크로키 기법'이에요. 

재료는, 빠르게 다양한 선을 표현할 수 있는 먹물이랍니다.

학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이두원 명예교사가 어떻게 그리는지 설명을 하고

직접 시연을 선보였어요.    

 

 

 


"음악을 듣고, 연꽃잎에 앉아 쉬고 있는 개구리가 떠올랐어요."_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큰 동그라미를 그리게 되었는데, 그걸 보니까 풍댕이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다리를 그리고, 더듬이를 그렸어요.

이렇게 음악을 들으며 붓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것으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무엇인가가 연상되기도 할 거예요.

그럼 내가 그리던 그림에서 연결해서 그리면 돼요."_ 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편안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손이 가는대로, 붓이 가는대로, 본능적으로  

 

 학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시간입니다. 



 


최영두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교실 한 가득 잔잔한 선율이 울려퍼집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음악만 들으며 가만히 붓을 쥐고 있던 학생들이

 점점 음악 속으로 빠져들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첫 페이지는 어떤 이미지가 아니라 선으로만 채우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소리를 그리게 되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무의식의 선과 자신만의 선이 튀어나와요."_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그리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점차 다양하고 색다른 그림이 나왔어요.

내 안에 숨어있던 감성들이 이미지로 떠올라 붓을 따라 춤을 추나 봅니다. 

같은 소리(음악)를 듣지만 모두 다른 그림이랍니다.

 




 

 

꼭 붓으로만 그려야 하는 건 아니에요. 

손가락에 먹물을 묻혀 툭툭 떨어뜨리기도 하고, 흩뿌리거나 찍어보기도 합니다.

손이야 뭐, 씻으면 되지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 순간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며, 온 세상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어요.

눈 세상에 갇혀버리듯 음악과 그림 안으로 빨려들어간 걸까요?

모두, 예술가가 된 듯 교실 안이 음악 소리와 먹물 냄새, 붓의 움직임만으로 가득찹니다.

처음에는 평소에 그림에 관심도 없었다는 학생들도 있었는데요,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화첩을 갖게 되었는데요,

내가 그린 그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동일 인물 아닙니다. 쌍둥이도 아닙니다. ㅎㅎㅎ  :D 

두 학생 모두 상남자 외모지만, 그림은 무척 섬세하네요.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모양을 그린 그림과 기타 선율이 하늘에서 내리는 그림이에요. 


 

 


음악이 달리는 말이 되고, 산등성이 위로 떠오르는 해가 되기도 하였네요.

이처럼 각자 느낀 대로, 떠오르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게 '소리를 그리다'의 매력이 아닐까요?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아무런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아서 물음표를 그린 학생도 있어요.

 


 


이두원 명예교사에게 잘 그린 그림이라고 칭찬을 받았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아니! 물음표가 잘 그린 그림이라고?'라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이두원 명예교사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어요.

  


 

 

입시 준비에 바빴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 특성상 이곳 학생들은 문화예술을 몸소 체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미소가 끊이지 않았답니다.

그림은 소질이 있는 사람들만 그리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천 율명고등학교와 함께한 '소리를 그리다' 였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알 수 없는 사용자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의 블로그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