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조합원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새로운 한글 디자인에 도전해보았던 [한 더하기 글]

그 치열하고도 아름다웠던 가을, '아이디어 포틀락 파티'의 열기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흡사 전쟁 포로 수용소 같은 느낌의 이 곳은..

서울 외곽에 있는 유스 호스텔의 한 세미나 룸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



한 밤중까지 -

 

예술에 열정을 가진 젊은 친구들이

'한글'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긴 여정에 지쳤는지, 전날 할로윈 파티의 후폭풍인지..

아침의 생기어린 얼굴과는 다르게, 많이들 지쳐보이시네요. ㅎㅎ



[한 더하기 글] 참여자 중에는, 

디자인 뿐 아니라 다양한 계통의 예술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런데도 '한글' 하면 떠오르는 것은 

'ㄴ'으로 만든 의자나, 캘리그라피를 이용한 가방 뿐..


"한글을 어떻게 새롭게? 조합원리는 뭔데?" 하고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의문들을!


엄마닭처럼 품고 보듬어새로운 발견으로 이끌어주실 두 분!


 

언제나 상냥하고 다정하게 모든 아이디어에 귀 기울여주시는

세종대학교 시각디자인과의 계정권 교수님과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오늘 여러분이 발견하는 모든 것이 답이에요. 

디자인에는, 예술에는 절대 정해진 길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_ 세종대학교 계정권 교수


  


때로는 날카롭게 질문하고, 때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시는

명예교사 왕춘호 디자이너님입니다. 


' 저는 한글이 비빔밥하고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글을 보면, 'ㅎ'하고 'ㅏ'하고 'ㄴ'이 모여서 '한'이 되죠.

'ㄱ',  'ㅏ', 'ㄴ'이 모이면 '간'이, 'ㅎ',  'ㅏ', 'ㅂ'이 모이면 '합'이 되고요.

이렇게 개별적인 모음과 자음이 모여서, 하나의 글자가 된다는 사실이

마치 여러 재료들이 모여서 하나의 맛을 내는 비빔밥과 비슷하지 않나요?

한글이 어떤 원리로 모여서 뜻을 가지고, 소리를 가지는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서울을 돌아보면서 

그것과 닮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 까지가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은 절대 무얼 만들지를 예단하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과정, 그 흐름이니까요.' _ 명예교사 왕춘호 디자이너



그래서 우선은 한글과 친해지기 위한, 

작은 게임부터 시작해보았어요.


이름하야, '나를 표현하는 글자!'


  


모음도 좋고, 단어도 좋고, 자음도 좋고, 미완성인 글자도 좋구요, 

나를 잘 표현해줄 한글 글자를 가지고, 자기 소개를 하며 

작게나마 가지고 있던 뻘쭘함과 어색함을 떨쳐봅니다.


'저는 [응!]입니다. ㅎㅎㅎ. 

긍정적인 제 성격을 잘 나타내 주는 단어거든요. 

거기에 느낌표까지 붙여서, 매사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저의 의지도 드러내보았어요. '


참고로 왕춘호 선생님께서는 '앙'을, 계정권교수님께서는 '뚱'을

나를 소개하는 한글로 꼽으셨어요. 

'앙'과 '뚱'. 묘하게 닮은 듯 닮지 않은 닮은 듯한 느낌이네요.

앞으로 두 분 선생님, 앙뚱 듀오의 기똥찬 호흡을 기대해보도록 하죠! :)


 

 


다음으로는 팀의 이름을 정하는 시간. 

이번에는 조금 더 심화된 게임이에요.

각 모음과 자음카드가 들어간 '글자 주머니'에서 8개의 카드를 뽑고,

그것을 조합해서 팀 이름을 정해봅니다. 



순수미술을 전공하는 분들이 많았던 이 팀. 

뽑기 운이 좋았는지 적절한 모음과 자음 개수를 가지고, 

귀여운 팀명을 만들었습니다. 

'ㄱ'을 'ㅅ'으로 활용한 센스가 돋보이네요!



전공도 나이도 가장 갭이 컸던 '미녀들의 수다'팀. 

'오 저거'와 '앗 나줘'등등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최종 결정된 팀명은 '핫!조고'입니다.

무엇인가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을 때, 외치는 말이라고 하네요.


참고로, '핫!조고'팀의 이름을 부를 땐, 

반드시 취해야 하는 특정 포즈가 있는데요,

팀장님께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숨지마세요.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당당하게 외치세요.

핫! 조고!!




자음은 가뭄, 모음은 홍수... 인 사태로 인해

어느 팀보다 열렬하게 팀 이름을 논의했던 이 팀.


'질문이나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는 뜻에서 '갸우뚱'으로 정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o이 부족해서 '갸ㅜ뚱'으로 팀명을 정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글은 '갸ㅜ뚱'만있어도 '갸우뚱'이라고 읽을 수 있잖아요.

벌써 한글의 특성을 하나 찾은건가요? ㅎㅎㅎ'




'갸ㅜ뚱'팀이 모음만 넘쳐났던 것과는 반대로, 이 팀은 모음이 단 한 개뿐.

하나뿐인 모음을 가지고, 제대로 읽히는 이름을 만들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어요.

ㅍ을 옆으로 돌려 ㅂ뒤에 살짝 숨겨두는 대박 센스를 발휘!

시적이면서도, 감성적인 팀의 분위기와 꼭 맞는 이름을 만들어내셨네요.

'별숲'팀 입니다.



자, 이제 팀 이름도 정했고- 

다음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앙뚱듀오 나와주세요!



'이제 우리는 도심을 걸으면서, 한글과 닮은 서울의 표정들을 찾아봅시다.

여러분의 눈길을 끄는 모든 것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어봐요.

나가기 전에 팀원들끼리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가는 것도 좋겠죠?'



'그럼, 렛츠고우~'


우리는 네 팀 중, 두 팀의 뒤를 따라가봅시다. 



'호잇'팀은 명동 시내를 향해 출발합니다.


 

   


포로 수용소를 벗어나서인지, 표정들이 굉장히 밝군요.

'호잇'팀은 거리에서 보이는 한글들을 사진을 찍어 수집합니다.

가게의 간판들, 도로 표지판, 공중전화에 적힌 문구까지도 꼼꼼히 살피는 군요.


 


그리고 문화가 있는 공간, 문화가 있는 골목에서 

한글과 닮은 것들을 찾아, 차곡 차곡 자료를 수집하네요.

명동성당을 찾아갔다가, 본의 아니게 결혼식에 참석.

잠시 결혼식의 낭만에 젖어봅니다.





그리고 우리의 앙뚱듀오가 함께 한 팀은, 

오랜 회의 끝에 가장 나중으로 세미나실을 나선

'핫 조고'팀입니다.



거리를 런웨이 삼아 활보하는 미녀군단과

그 뒤를 엄호하는 앙뚱듀오.


'핫!조고'팀은 마인드 맵핑을 통해

'한글 - 글자 - 글씨 - 글의 씨앗 - 씨 - 생명 - 사람'

이라는 연결고리를 발견했다고 해요.

그래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는데요,


  

  

 

 


공사장의 아저씨, 호텔의 도어맨, 신발가게의 점원,

길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들을 글자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그리고 2주 뒤.

오늘은 지난 현장답사를 포함해, 

그 동안 팀별로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모일 장소는, 

마포구 창전동의 한 공간인데요,

공간 이름이 의미심장하죠?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니.


한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던 우리들이 모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고민해 온 순간들을..

오늘 이 곳에서 하나 하나 꺼내놓고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바로 '아이디어 포틀락 파티'


  


사실 이 곳으로 공간을 정한이유는, 

무엇보다 우리가 전시회를 열 [ASDF 갤러리]에서 

열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의 아이디어가 담기는 그릇이 될 갤러리 공간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따뜻한 홍차 한잔씩 마시면서, 

팀 별로 진행되어온 아이디어들을 들어봅니다.

앙뚱듀오는 시종일관 아빠 미소시네요.


'줄임말이 많은 요즘의 우리 말. 마치 패스트푸드로 전락해버린 김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 지도를 김밥으로 표현해 볼 예정입니다.' _ 호잇


'사람들의 이야기. 골목의 이야기. 각 동네마다 풍기는 분위기를

그 곳에서 찾은 글자들을 조합해서 나타내보려고 해요.' _ 핫! 조고


'명동에 줄지어 늘어선 수많은 간판들. 마치 도미노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명동의 간판들을 축소해서 도미노처럼 세워볼까 해요' _ 별숲


'한글이 항상 왼쪽만 비어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마치 글자의 숨구멍, 쉼터랄까?

그래서 서울의 쉼터,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구멍을 오브제로 나타내려구요.' _ 갸ㅜ뚱


분명,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는데도

이렇게나 다채로운 아이디어들이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해요.


 



이제 전시회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어떤 팀은 오늘 이야기 나눈 그대로 마무리할 수도 있고

어떤 팀은 아예 다른 무엇인가를 들고 올 도 있죠.

도미노나 김밥처럼, 한글과는 영 멀어보이던

엉뚱한 아이디어들이 또 나타나

우리를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데려갈 수도 있으니까요.

명예교사 왕춘호 선생님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생각하고 있다는 것.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과연, 전시회에서 여러분이 만나게 될 작품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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