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두원 명예교사와 함께 그리는 청각 크로키

˚。˚ 소리를 그리다 ˚。˚



 

2014년 '소리를 그리다' 두 번째 시간.

이두원 명예교사께서 쫙 빼입고 핸섬보이가 돼서 나타나셨어요.

아~ 이런 모습 처음이에요. ㅎㅎ

혹시, '소리를 그리다'가 끝나고 데이트가 있으신 걸까요?

실은 후배들과의 데이트에서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래요.

오늘 찾아온 곳은 이두원 명예교사의 모교인 '대진디자인고등학교'랍니다.

직속 후배인 시각디자인과 1학년 학생들을 만나러 왔어요.




 

선배님이 왔다고 하니 긴장했는지 아이들의 표정이 잔뜩 굳어있네요.

무표정인 듯 보이지만,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초집중한 모습이랍니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만드는 것이에요. 자기 세계를 만드세요. 못생겨도 되고, 투박해도 돼요.

무엇보다 자기 이야기가 쌓이는 게 중요해요. 내 나라와 성, 그리고 언어를 구축하면 자기의 선이 나오게 돼 있어요.

그런 다음에 테크닉을 배워서 입혀야 해요. 테크닉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기 언어가 없으면 좋은 작품을 그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많이 보세요. 선생님 말 너무 잘 들으려고 하지만 말고, 자기 세계를 만들어야 해요."

_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그런데 선생님 말 잘 들으려고 안 해도 된다는 말에, 선생님도 빵~ 아이들도 빵~ 터졌답니다. :D

뒤에 서계신 선생님께서 이두원 명예교사의 학창 시절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3년 내내 학교를 제 시간에 단 한번도 온 적이 없었다고하니 얼마나 말을 안듣는 학생이었는지, 짐작이 가시죠?

그런데 이두원 명예교사의 남다른 그림 솜씨를 알아보신 것도 이 선생님이시래요.

데생 수업 시간에 그린 그림을 보고 처음엔 대충 장난으로 그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뭔가 남달랐대요.

그래서 학교 홈페이지에 학생이었던 이두원 명예교사의 그림을 계속해서 올리셨다고 해요.

말은 정말 정말 정말 잘 안 듣는 학생이었지만,

그때부터 스스로 화가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는, 자신만의 세계가 분명한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이두원 명예교사께서 아이들한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는데요,

긴장을 했는지 대답을 하는 아이가 없자, 한 아이씩 콕콕 집어서 물어봅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나오지 뭐예요.



 


"공무원이요."

"음악가요."

"요리사요."

"일러스트레이터요."

"미술 선생님이요."

"교장선생님이요."

"돈 많은 백수요."


아... 예상 밖의 대답이었어요.

 디자인고등학교이기 때문에 작가가 꿈일거라고 생각하다니.. 이것도 선입관이겠죠?

근데, 백수는 저도 하고 싶네요.  ㅎㅎㅎ ^^*

그치만,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하겠다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꿈을 결정하고 달려갈 때가 아닌,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갈 때이니까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되겠죠?


"꿈을 높고 크게  가져요. 그래야 선택의 폭이 넓어져요. 왜 이렇게 현실적이에요. 자신감을 가져요.

무슨 일을 하든 뻔뻔해야 돼요. 나 봐요. 말을 잘 못하지만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말하고 있잖아요."

_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이 붓이 안좋아 보이죠? 재료가 좋다고 좋은 그림이 나오는 게 아니에요.

잘하는 사람은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죠?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잘 그리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의 언어를 구축하고, 내 성과 재료들로 뭘 그리려고 하는 지가 중요해요."_이두원 명예교사




 

'흠... 좋아! 이 붓으로 나의 열정을 불태워보겠어!'

자못 비장한 표정의 여학생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두원 명예교사의 시연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두원 명예교사 주위로 모두 몰려가자

연주하는 최영두 기타리스트가 왠지 쓸쓸해 보이네요. ^^;


'아.. 난 고독하지 않아. 난 나의 길을 가련다. 나는야 선율에 몸을 싣는 기타리스트 최영두~'


 


홀로 쓸쓸히 연주하는 최영두 기타리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이두원 명예교사가 아이들에 둘러싸여 그림을 그립니다.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하시죠?

안 보여 줄거예요! 

 




점점 더 궁금해지시죠?

자 그럼....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짜잔~ 물고기 그림이랍니다.

1분 동안 크로키로 재빠르게 그리셨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물고기와 많이 다르죠?





따뜻한 밥 한 그릇 주위를 새들이 둘러싸고 있네요.

음악이 마칠 때 쯤, 사인까지 투척~

상상력의 폭이 넓은 이두원 명예교사의 그림을 보고나면, 아이들의 붓이 한결 가벼워진답니다.


"시간을 재면서 그리는 게 아니에요. 음악에 빠져서 그리다보면 음악이 끝나가고 있다는 게 느껴질 거예요.

시간을 생각하지 말고, 음악에 빠져서 그림을 그리세요."_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잘 그리려고 하지 말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는 거예요.

자기 느낌에 솔직해 지세요. 한번 지나간 붓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완성과 미완성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완성과 미완성은 내가 정하는 거예요.

무의식에 있는 자기 선이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해요."

_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띠리링~

시작 사인에 맞춰 아이들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절대로 시계를 보지 못하게 하는 건, 시간에 신경을 쓰느라

마음 속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기 때문이래요.





시각 디자인과 아이들은 컴퓨터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평소에 붓을 별로 잡을 기회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감각이 살아있는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어느 새 음악과 그림에 빠져듭니다. 





어찌나 열중해서 흠뻑 빠져 그리는지, 작은 발소리 하나도, 기침 소리까지도 내기가 미안할 정도였어요.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남학생이 있었는데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두 시간 내내 한 번도 앉지 않고, 계속 서서 그림을 그립니다. 

3분 동안 그림을 그리고, 1분 숨을 고르는데요,

심지어 그림과 그림사이의 쉬는 시간에도 앉지를 않았어요.

증거 사진 투척~





사진 여기저기 걸리지 않은 곳이 없네요.

2시간 동안 다리가 아플만도 한데, 단 한 번도 앉지를 않더라고요.

이 남학생은 꿈이 화가래요. 




열정뿐만 아니라, 그림 솜씨까지 뛰어나죠?

이 남학생이 나중에 이두원 명예교사께 전업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쭤봤는데요...


"지금부터 스스로 화가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시간과 노력으로 한땀 한땀 경험을 쌓아야 해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운동 선수랑 같아요. 축구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가만히 있으면 골찬스가 올까요?

계속 움직여야 골찬스가 오겠죠?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항상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해요. 복서처럼 나의 주먹이 세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해요. 

자신의 주먹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링 위에 서는 복서는 없을 거예요.

자만하라는 게 아니에요. 자신감과 자만은 다른 거예요.

자신의 그림에 자신감을 가지고, 쉬지않고 노력하면서 그려야 해요."

_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선배 화가의 진심어린 이야기가 가슴에 콕콕 와 닿습니다.





어느 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그림 발표 시간!


"아까 말했죠? 작가는 자신감있고 뻔뻔해야 해요. 내가 이 그림을 왜 그렸는지 정확하게 알면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아요. 자기 그림을 잘 소개해서 파는 것도 화가의 역량이에요!"_화가 이두원 명예교사





"얼마 전 헤어진 남자친구가 생각나서그린 그림이에요. 화가 나서 그냥 가버렸는데요,

음악을 듣자 생각이 나서 그때의 상황을 그렸어요." _학생


(꼭 음악 때문이 아니라, 계속 그때의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홍홍홍~~~)





"이동하는 연어떼인데요, 강물을 거슬러서 올라가는 모습이에요."_학생





"음악을 들을 때 긴장감이 느껴져서 경기에 들어가는 선수의 모습을 그렸어요."_학생





"노래가 귀엽고 앙증맞아서, 피아노를 치는 아이가 생각났어요."_학생





"제가 오늘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잠을 설쳤는데요...

아니, 사실은 학창시절에 지각쟁이였던 습관이 남아서, 이 동네만 오려면 자꾸 약속 시간에 늦게 돼서,

오늘도 지각할까 봐 긴장이 돼서 잠을 못잤는데요...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앞으로 언제 어디서 또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자신만의 언어를 만드세요.

글, 그림, 춤, 영화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요리사도, 직장인도, 모두 예술가예요.

세상 모든 일이 다 예술이에요. 삶 자체가 예술이에요.

어떤 일을 하든지, 여러분은 모두 아티스트예요. "_이두원 명예교사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어떤 꿈을 그리게 되었을까요?

장래의 희망이 아니라, 삶을 예술로 생각하고, 예술가처럼 감각을 열고 사는 꿈을 가지면

우리의 삶이 좀더 풍부해지지 않을까요?

11월 26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후배들과 함께여서 더욱더 특별했던 ‘소리를 그리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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