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복 명예교사와 남자학교가 함께하는 '도예'로 노는 셋째 날

 

- 흙으로 놀다, 빚다, 굽다 -



 

 

 

 

한 달여간의 긴 장마가 끝나고 폭염 주의보가 내린

숨이 턱턱 막히는 금요일 오후

소년들이 가마를 만들기 위해 [남자학교]로 모였어요.

"이상하게 남자학교 오는 날에는 날씨가 더워요."

작업 시작 전부터 흘러내리는 땀에 옷이 흥건하게 젖어버렸어요.

그래도! 소년들의 작업은 어김없이 시작됩니다.

 


 

간이 가마 만들기 - 드럼통 연결하기 

 

 

드럼통 세 개를 연결해서 간이 가마를 만들어 그동안 만들고, 빚은 도자기들을 구울 거예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럼통으로 간이 가마를 만들다니!

[남자학교]에서 불가능이란 없을 걸까요?

박영복 명예교사의 엉뚱한 시도는 오늘도 계속되었습니다. ^^ 

드럼통은 박영복 선생님의 밑그림에 맞추어

봉통 부분(장작을 넣는 첫 아궁이), 도자기가 들어갈 부분, 연통을 놓을 부분에

구멍을 뚫어 미리 제작해 놓았답니다.

먼저,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가마를 놓을 자리를 정하고

땅을 파서 드럼통을 묻어 고정합니다.  

 

 


 

 

장작을 땠을 때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가마를 흙덩이로 덮는데요

먼저 흙덩이가 잘 붙도록 드럼통에 흙물을 발라주었어요.

그리고 흙덩이를 잘라주는 팀과 쌓는 팀으로 나누어 착착 작업을 진행합니다.

아~ 벌써부터 목이 마르네요...

 


 

 

국현이가 형들을 위해 시원한 아이스티와 물을 가져다 주었어요.  

막내 동생이 가져다 주어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물맛이 최고예요!!

갈증이 한 번에 싹~ 가시네요.

 


 

 

흙물을 바르고, 흙덩이를 얹은 후 그 위에 대패 가루를 뿌리고 쌓았어요.

대패 가루는 수분을 머금고 있어 가마의 열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가마에 붙인 흙덩이가 열기에 말랐을 때 떨어지지 않도록 해 준다고 해요.

 

 

드럼통 간이 가마 - 흙덩이 쌓고 대패가루 뿌리기

 

 

'드럼통으로 가마를 만드는 게 가능할까?'

처음엔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요,

선생님과 함께 손과 발을 움직이다보니

어느 새 점점 가마의 형태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어요. 

뚝딱뚝딱!! 소년들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가마 연통 만들기

 

 

골함석을 동그랗게 말아서 연통을 만들어 세웠어요.

철사로 묶어 고정한 뒤, 쓰러지지 않도록 벽돌을 쌓고

연기가 세어나가지 않도록 틈새에 흙덩이를 붙여 꼼꼼히 막아줍니다.

그리고, 드디어!!!

 

 

가마에 도자기 넣기

 

 

그동안 만들고, 빚은 도자기들을 가마에 넣었어요.

중간에 터지지 말고, 온전히 만나자~

마치 어미가 뱃속에 아이를 품듯

시인이 시를 쓰듯

다독이는 마음과 정성을 담아

한 점 한 점 내려놓았어요.

어떤 빛깔로 구워져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가마 뚜껑 닫기

 

도자기들을 모두 넣고 가마의 뚜껑을 닫고 

이 부분 또한 열기가 세어나가지 않도록 열심히 흙을 붙였어요.

집중하는 승훈이의 얼굴에서 장인의 손길과 진중함이 느껴지시지 않나요?  ^^

 

 

 

 

불구멍 막기

 

불구멍: 불이 들어가고 있는지, 도자기가 잘 구워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

 

 

가마에 불을 지피기 전, 마지막으로 불구멍을 마개로 막았어요. 

재현이가 손잡이까지 만들며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랍니다.

 

 

 

드럼통 간이 가마

 

짜잔~ 드럼통 간이 가마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가마가 네 시간 만에 뚝딱 완성한 드럼통 가마라는 게 믿어지시나요?

집짓기를 해낸 [남자학교] 소년들에게 이제 이 정도 작업은

힘든 축에도 못 끼는 걸까요?

"더운데 힘들었어."라는 말에

"뭘, 이 정도를 가지고요." 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사실, 윗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 말이에요.

이럴 땐 등목이 최고죠!

우와~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아요.  :)

 

 

 

 

그런데! 도망가는 빈이에게 물줄기 세례를 퍼붓는데,

갑자기 멋진 무지개가 나타납니다.

 

 

 

 

물 분자가 점점이 흩뿌려지며 드러나는 무지개의 형형한 빛이 눈이 시릴만큼 근사합니다.

뜨겁게 태양이 내리쬐는 날, 소년들에게 선사하는 여름의 선물인가 봐요.

괜스레 기분이 알콩달콩해지는 일곱빛깔 무지개와의 만남이었답니다.

 





 

가마 고사

 

목욕재계(?)를 마치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 후

가마에 불을 들였습니다.

불을 들이기 전, 작품이 잘 나오기를 기원하며

술, 밥, 물, 과자를 차리고 소박하게 가마 고사를 지냈어요.

"부디 우리들의 작품이 잘 구워져 나오게 해주세요."

경건한 마음으로 빌었답니다.

그리고 도자기가 잘 구워져 나오길 바라는 마음과 '우리는 하나'라는 의미로

다 같이 밧줄을 잡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았어요.

 


 

 

집을 짓고, 가마를 짓고....

우린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인연이란 참 오묘한 한 거 같아요.

언제,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만나게 될 지....

어떤 의미가 될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요.

[남자학교]에서 만나

함께 땀을 흘리고 마음을 모으며

'나'에서 '우리'가 된 소년들.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가고 있을까요?

 

 

 

 

[남자학교]에서는 놀거리만 궁리하나 봐요. ㅎㅎ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와서 '줄다리기'가 벌어집니다.

남자들의 승부욕이 발동된 가운데

한 판 승부로 끝내자고 시작된 줄다리기!

부상은, 쉿! 비밀이에요~

진훈이와 상휘가 있는 오른쪽 팀이 이길 거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요

 


 

준비~ 시작~

    영차~ 영차~~~

막상막하 접전을 펼치던 가운데

오른쪽 팀이 넘어져 버렸어요.

그 기세를 몰아 젖먹던 힘까지 끙~~~

 

 

 

 

왼쪽 팀 승리!!

 

국현이가 정말 신나하네요.  ^^ 

승리의 환희에 빠진 이긴 팀의 세레머리가 펼쳐집니다.

 


 

진 팀이 지형 때문이었다며 한 게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긴 팀이 용납해 줄 리가 있나요~ ^^

결국, 단판승으로 끝난 줄다리기 게임의 부상은

저녁 식비 +1,000원 이었어요.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저녁을 사먹기로 했거든요.

부상으로 간식비 1,000원이 추가 된 거죠 ^^

자, 그럼 함께 떠나볼까요?

내가 사는 곳, 익숙하지만 낯선 오늘의 도시 여행 '중앙 시장 탐방기'

GO~ GO~


 

시장만큼 삶의 활기가 피부로 와 닿는 곳도 없는 거 같아요.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를 다시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을 때, 꼭 둘러보게 되는 곳이 시장이기도 하죠.

 성남 중앙 시장에서 찾아낸 핫 플레이스는 2,900원 칼국수를 파는 식당이었어요.

양도 푸짐하고 맛도 일품이었답니다~ ^^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나선 시장 구경!

  꽈배기, 술빵, 닭강정...   

차마 떨쳐내기 힘든 길거리 간식들의 유혹이란....ㅋㅋ

배가 너무 불렀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답니다.

  재래 시장에는 먹고 싶은 것도 많고,

  볼거리들이 많아 발길을 머물게 만드는 곳도 많았어요.

 이리저리 눈을 돌리느라 바쁜데요, ... 시간은 어찌나 빨리 가는지요...

  어느덧,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네요...

 

 

 

 

[남자학교]로 돌아왔을 때, 박영복 선생님께서 가마 앞에 앉아 불을 지키고 계셨어요.

장작을 넣자, 순식간에 불꽃이 타오릅니다.

가마 주위에 둘러 앉은 소년들의 눈에 불꽃이, 그리고 아쉬움이 서리었어요.

오늘이 도예 마지막 날이거든요.

박영복 선생님께서 어떻게 도예에 입문하시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흙을 빚고 계시는지

소년들이 흙을 만지며 어떤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이 깊어갑니다.

 

 

[남자학교]에서 박영복 명예교사와 함께한 '흙놀이'를 통해 

소년들은 흙을 만지고, 향기를 맡고, 흙물에 퐁당 빠지며

흙과 한 몸이 되는 시간을 가졌어요. 

가마를 직접 만들고, 장작을 때어 단단한 도자기가 되어 나오는 과정은

생명이 잉태되는 것과 같은 숭고함을 느끼게 해주었고요.

뜨거운 불 속에서 구워지다가 터지기도 하고

빚은 모양 그대로 잘 구워져 나오기도 할 거예요.

미운 모습은 미운 모습 그대로

예쁜 모습은 예쁜 모습 그대로

소년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겠지요....

to be continued~~~

 

 

 

 

 

 

 

 

 

 

 

 

 

 

 

 

 

 

 

 

 

 

 

깨알 여담: 박영복 선생님께서 밤 새 가마 앞에서 불을 지키셨어요.

한눈을 팔지 않고, 불을 지키는 도공의 눈길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소년들은..... 놀다방에서 코골며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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