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일 명예교사와 남자학교가 함께하는 '요리'로 노는 첫날

 

- 서툰 칼질, 서툰 맛내기 '당신을 위한 밥상' -

 

 


 

훌쩍 높아져 버린 하늘이 시린 눈빛으로 찡긋 인사를 하는 날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온도에 가슴 한켠에 바람이 불며

문득 어디론가 휙~ 떠나버리고 싶어지는 그런 날

 

 

 

 

8월 23일 금요일, 소년들이 길을 떠났습니다.

2주일 동안의 [남자학교] 방학을 마치고 만난 소년들,

금요일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는데요

설렘과 들뜬 발걸음으로 떠난 첫 번 째 여행은 '이탈리아 요리 맛여행'입니다.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으로 박찬일 명예교사를 만나러 왔습니다.

며칠 전부터, 남자학교 채팅방은 까똑까똑~ 시끄러웠어요.

 

"다음 주 뭐해요?

"요리"

"우와~ 진심요? 아싸~ "

"맛있는 거 먹겠네요!"

"ㅇㄷㄱ틱ㄷㄱ디디디" (이건 뭔 말인지? 당최 알 수가 없네요. ^^;;)

"기대기대"

"둑흔둑흔(두근두근)"

 

 

 

 

"칼이 있는 거 보니까, 스테이크를 먹는 게 분명해요!" 

오늘의 메뉴는 무엇인가!! 탁상토론에 나선 소년들을 

박찬일 선생님께서 아빠 미소로 바라보고 계시네요.  :)

 

 


 

 

선생님의 요리를 맛보기에 앞서 요리에 관한 眞한 이야기들을 나눴어요.

 

 

 

 

역사가 음식을 만든다

 

"음식은 역사와 정체성을 드러내요."

 

                 냉면의 전파 경로                                     평양 냉면                                     함흥 냉면

 

 

더운 여름이면 유명한 냉면집 앞에 긴 줄이 서 있는 것을 자주 보곤 하는데요,

혹시 냉면의 유래를 알고 계시나요?

 

"냉면은 원래 북한에서 겨울에 먹던 음식이에요. 그래서 6·25 동란의 피란 루트가 냉면의 루트와 겹쳐져요. 

냉면에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농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냉면에 그런 사연이 숨어있을 줄이야... 

식탁 위에 세팅된 그릇들을 눈앞에 두고 온통 정신이 딴 데 가있던 아이들이

 새롭고 신기한 음식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어요.

이제, 냉면을 먹을 때도 그냥 먹지 않을 것 같죠?  

 

"세상에는 한 면만 있는 게 아니라 반대쪽에 뜻밖의 면이 있기도 해요.

음식을 먹을 때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나가사키                                          찬폰                                                짬뽕                                                            




 

 

한가로운 주말 오후, 가까운 중화요리점에 전화를 걸어 자주 배달시켜 먹는 매운 짬뽕의 유래는?

중국의 탕면을 진평순이라는 일본 사람이 나가사키 지역으로 가지고 와서 찬폰이 되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매운 고춧가루가 첨가되어 짬뽕이 됐대요.

그런데 요즘엔 우리나라의 매운 짬뽕이 일본에서도 큰 인기래요.

중국과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돌고 도는 물레방아 문화

아~ 음식의 역사가 참으로 오묘하죠?

 

음식의 유래 외에도 박찬일 선생님께서 어떻게 해서 요리사가 되셨는지,

요리의 철학, 한식이란 무엇인지, 젓가락의 기능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쯤 되자, 점점 소년들의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어댑니다.

 

   "제일 중요한 건 먹는 거예요. 자, 우리 이제 밥 먹읍시다! 밥!"

 

 



 

 

박찬일 선생님께서 정성껏 준비하신 첫 번째 코스 요리는 '하우스 샐러드'

"와~ 채소가 이렇게 맛있는 거 처음이에요!"

눈 깜짝할 사이에 접시가 비워졌어요.

 


 

 

샐러드에 이어 토마토소스에 치즈가 들어간 가지 요리, 버섯 크림 파스타, 소등심 스테이크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오늘 막! 도착했다는 치즈까지......

처음 먹어보는 이탈리아 코스 요리의 놀라운 맛에

"와! 와! 와!" 탄성을 내지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소중한 사람이 생각나는 법이죠.

 

"이렇게 맛있는 거 처음 먹어봐요. 그래서 할머니 생각나요.

틀니를 끼셔서 고기를 못 드시는데, 나중에 꼭 드시게 해드리고 싶어요." 

예쁜 미소 만큼 예쁜 진수의 말에 박찬일 선생님께서 감동 받으셨어요.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은 단순히 칼로리와 맛만 내는 게 아니라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정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감정적이에요. 하지만 요리는 매우 과학적이기도 해요.

물리, 화학, 생물을 잘 이해하면 조리법에 따라 질긴 고기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어요.

우리 다음에 만날 때 할머니께서 드실 수 있는 조리법으로 직접 고기 요리를 만들어 봅시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데요 

누군가를 위한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긴 요리의 맛은 얼마나 특별할까요?

앞으로 소년들은 부모님께 대접할 요리를 직접 만들 계획이에요.

서툰 칼질, 서툰 맛내기이겠지만 마음과 정성을 가득 담은 아들과 손자의 요리

그 어떤 최고급 요리보다 깊고 진한 맛이 베어 나오겠죠?

 

 

 

 

[남자학교] 스페셜 코스 요리로 배를 채우고

선생님께서 요리하시는 주방을 탐방했는데요

뜨거운 열기의 주방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렀어요. 

불 앞에서 완성되는 요리사의 삶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찬일 명예교사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오늘을 기억할 하늘에 눈도장을 찍으며 한 컷 찰칵~

곧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발길을 돌려 떠난 두 번째 여행지는 '이태원' 프리덤~~~

여행자 거리인 이태원은 세계 곳곳의 문화가 뒤섞여 있는 곳인데요

 

 

 

 

유럽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앤틱 가구 거리를 걷다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자동차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 

 

 

 

터키 아저씨의 아이스크림 퍼포먼스에 심장이 덜컹~

웃음보가 터져 한바탕 신 나게 웃었답니다.

 

 

 

 

아이스크림 CF도 찍었어요. ㅎㅎ

성식이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죠? ^^

모델 김성식 군의 섭외를 원하시는 분은 [남자학교]로 연락주세요~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세 번째 여행지는 이태원의 명소로 손꼽히는 '이슬람 사원'이에요.

쫀득쫀득한 터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걷는 소년들의 발길이 사원에 가까워질수록

그림처럼 보이는 생소한 글자들과 이국적인 상점들이 눈에 한가득 들어왔어요.

그리고 도착한 '이슬람 사원'

 

독특한 문양의 짙은 파란색 타일이 붙어있는 아치형 입구를 들어서자

중앙의 둥근 지붕(돔)과 양쪽에 첨탑이 있는 모스크가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며 제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 순간, 아주 먼 아랍 국가로 훌쩍 공간 이동을 한 것만 같았어요.

 

 

 

 

사원을 잠시 둘러보고, 이슬람에 관한 설명을 들었어요.

이슬람의 원리, 무함마드와 알라와의 관계, 전 세계 무슬림의 숫자, 한국에 있는 무슬림의 숫자와 생활,

이슬람은 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지, 여성들은 왜 히잡을 쓰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세계 3대 종교(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종교와 문화라서 그런지, 이해는 되었지만,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나 봐요.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몇 소년들이 조용히 "그래도 나는 먹을 거예요." 라고 복화술로 속삭인 걸 보면요. ㅎㅎㅎ  

하지만 종교와 다양성에 관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답니다.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니까요.

 

 

 

 

밖으로 나왔을 땐, 어둠이 차분히 내려앉고 있었어요.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남자학교] 소년들이 계단에 모여 앉아

어느새 절반이 훌쩍 지나가 버린 우리의 시간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남자학교에 처음 들어올 때 많이 어색했는데, 이제는 서로 많이 친해진 거 같아요."

"다양한 분야의 명예교사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생각들을 하게 되고, 나를 좀 더 알아가게 되는 거 같아요."

"명예교사 선생님들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업도 있었지만, 처음 하는 경험들이 많아서 새롭고 신기했어요.

"성격이 변하거나 인생의 목표가 생긴 거 같진 않아요. 하지만 금요일이 기다려져요."

"벌써 절반이 지나 버려서 너무 아쉽고, [남자학교] 끝나고 나서도 계속 연락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좀 더 열심히 할걸... 하고 후회가 돼요. 앞으로 더 열심히 참여할래요."

"평범했던 금요일이 저에게 중요하게 되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질문에도 단답형 대답이 대부분이었던 소년들이

3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긍정과 비판의 시선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듣고 있었습니다.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독여 주려는 듯

꿈인 듯 아련하게 아득하게 무슬림의 기도 소리가 들려옵니다.

배가 부르고, 마음이 부른 금요일 [남자학교]의 소소한 여행의 종착지는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요?

 

to be continued~~~

 

 

 

 

 

 

 

 

 

 

 

 

 

 


 

 

 

 

 

깨알 여담: 김총무가 쏜다~ [남자학교]의 총무 김진훈, 저녁을 쐈습니다.

특별한 메뉴를 찾기 위해 걸었는데요,

소년들의 입이 귓가에 걸리며 들려오는 소리!

"선생님! 이쁜 여자 완전 많아요~~~~"

불금의 이태원에서 소년들이 찾아낸 건, 맛집이 아니라 '이쁜 여자' 였답니다.



블로그 이미지

알 수 없는 사용자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의 블로그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