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의자 : 가구 디자이너 '핀 율'의 Chieftain chair



의자에게 묻는다. 왕의 의자란 무엇입니까?

이제는 내 곁의 나무 의자로 남은, 100년전의 디자이너가 대답한다.

앉은 이는 누구나 왕의 기분을 느끼는, 이 의자가 왕의 의자요.


의자에 앉아 다시 묻는다. 보석도 없이, 황금도 없이, 어째서 왕의 의자라 합니까?

지친 마음을 의자에 푸욱 뉘이며, 내가 나에게 대답한다.

이 의자에는 다이아몬드보다 값진 디자인이 있군요.


가장 일상적인 것. 가장 간결한 것. 가장 오래된 것.

이 모든 것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하는 바로 그 것.

디자인은 영원하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


쌀쌀해지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찾아간

장광효 명예교사의 디자인 사무실은,

의상 디자이너의 쇼륨이라기보다는, 마치 의자 박물관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느날 우리 와이프가 나한테 그래요. 의자귀신이 붙었느냐고.

근데, 나한테 의자는 그냥 의자가 아니야. 의자는 그 자체로 작품이고, 완성이에요.

이 것이 만들어진 시대의 양식, 감성, 문화,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함축되어져 있는 거거든요. 의자에는.

근데 좋은 의자는, 100년이고 1000년이고 지났는데도 좋잖아요.

그래서 하나 또 깨닫는 거지. 진짜 좋은 디자인은 시대에 상관없이 좋다는 걸.

유행이 돌고 돈다고 하면 안 돼. 진짜 좋은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봐야죠.'

_ 명예교사 장광효 남성복 디자이너



장광효 선생님과 함께 마주앉은 의자도

미국에서 가져온 굉장히 오래된 의자였어요.

또 건너편에는 청나라 시대의 의자도 있었고,

유명한 작품인 디자이너 프랑크 오 게리의 [위글 사이드 체어]도 보였어요.

의자 박물관이라고 소개할 만 하죠?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앞으로의 미래는 과거에 있구나.

미래로 가는 가장 좋은 컨텐츠는 과거의 서랍에서 꺼내면 된다는 얘기예요.

요즘 사람들은 요즘 것만 최고인 줄 알지만, 너무 빨리 미래로 가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뿐이에요. "

_ 명예교사 장광효 남성복 디자이너


디자이너님은 언젠가 장식 미술 박물관을 만들 생각이시래요.

모으고 계신 의자, 그림, 골동품등의 오브제들을 모아서

옛스러운 맛깔을 적절히 살린 박물관을 열고 싶으시다고요.


언젠가 아니 곧.

그 박물관이 열리는 날,

여러분들도 장광효 명예교사가 소중히 아껴오던 핀 율의 '왕의 의자'를 보게 되실 수 있겠죠.

디자이너님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그 박물관에서요.

어서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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