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식당 2호점 '일상에 스며든 시' 10월 27일 오픈 날!


시인 김용택 명예교사와 한국의 문화디자이너 이효재 명예교사와 함께한

맛있는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곳, 여기는 시가 있는 [인생식당] 2호점 '일상에 스며든 시'입니다.





초가을1 /  김용택


가을인갑다

외롭고, 그리고

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


바람이 지나는갑다

운동장가 포플러 나무잎 부딪치는 소리가

어제와 다르다


우리들이 사는 동안

세월이 흘렀던게지

삶이

초가을 풀잎 처럼 투명해라






성북구에는 한복집 효재(效齋)가 있어요. 본받는 집이라는 뜻의 집인데요,

한국의 문화디자이너 이효재 명예교사께서 안주인으로 계신답니다. 

저희가 도착하자, 이효재 명예교사께서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시며 따뜻한 차를 준비하고 계셨어요. 





김용택 명예교사께서는 참여자들을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전주에서 올라오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지금 전주에 기거하고 계시는데요, 고향집의 공사가 끝나면 내려가실 거래요.

고향은 전라북도 임실 진메마을이에요. 아주 작은 마을인데요, 마을 앞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앞산은 사계절 옷을 바꿔입으며 선생님의 감성을 키워주었대요.

선생님의 표정을 보니, 어린 시절 산으로 강으로 뛰어다니며 장난을 쳤을 것 같은 개구장이 꼬마 김용택이 떠오르지 않나요? ㅎㅎ





시인 김용택 명예교사와 이효재 명예교사께서는 친분이 있으셨어요.

우연히 공식 석상에서 만나셨는데, 이후에도 꾸준히 친분을 이어오고 계신대요.

이효재 명예교사께서 시를 워낙 좋아하셔서 팬심에서 비롯되셨다고 하네요. ^^





참여자들이 모두 도착하고, 이효재 명예교사께서 손수 방석까지 챙겨주셨어요.  포근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시죠?

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사람에 대한 사랑이 깊으신 분이랍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우린 다른 가치를 두고 살아갑니다.

오늘은, 시를 품고 있는 사람들과 '일상에 스며든 시'라는 주제를 통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가 있는 '인생식당'이에요~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질테니까요!





마음의 결이 고운 사람들이 모여서 일까요?

어쩜 표정들이 이리 선할까요?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요, 마치 오랜 친구처럼 표정들이 닮아있네요.





참여자분들은 이 자리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만났을까? 싶을만큼 다양한 공간에서 오셨어요.

월차를 내고 오신 직장인 아저씨, 아이를 키우시는 엄마이자 주부,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 등

성별이 다르고, 삶의 공간이 다르고, 고민이 다른 사람들이 모였어요. 

하지만 '시'로 인해 어색함은 금세 사라지게 되었어요.





가장 먼저 문을 여신 분은 이효재 명예교사셨어요.

평소에 집안 곳곳에 시를 적어놓고, 지나가며 마주하게 될 때마다 읽으신다고 해요. 

가방에 시집 한권을 꼭 가지고 다니시고요. 읽다보니 쓰고싶어지셔서 시를 쓰기도 하신대요.

20대 시절 적어두었던 시를 30년이 지나서 완성하셨다는데요,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의 코멘트에 따라 헤지고, 닳고, 상처입으며 제 옷을 못입다가

30년 만에 드디어 완성하셨다고 합니다.

시란 그런 것이 아니겠어요? 단숨에 써내려 가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평생을 두고도 써지지 않는 것이 있기도 하죠. 

언젠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면서, 시도 나도 함께 살아가면서요...





김용택 명예교사는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여셨어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전북 임실 진메마을이에요. 임실이 뭐가 유명한지 알아요?"_김용택 명예교사

"치즈요!"_참여자





"내가 유명하지 왜 치즈가 유명해!"_김용택 명예교사

일동 웃음 바다가 되었죠. :)


"마을 앞에는 강이 흐르고, 징검다리가 있고,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그걸 매일 봤어요.

어렸을 때 학교까지 가려면 1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난 그게 너무 좋았어요.

한 시간동안 걸으면서 그 예쁜 걸 계속 볼 수 있잖아요.

앞산도 보고, 풀도 보고, 강도 보고... 학교 갔다가 집에 올 때는 갈 때보다 시간이 더 걸렸어요. 보느라고...

풀잎이 막 싹이 났을 땐 바람이 불어도 소리가 안나는데, 여름이 되면서 풀잎에 살이 차면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나요.

바람에 감잎이 마당을 스쳐 지나가면 가슴이 녹는 소리가 나고요.

참나무가 부딪히는 소리, 강의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 아무리 바흐가 위대해도 그런 음악은 못내요.

시는 자연이 하는 소리, 세상이 하는 말을 받아서 적는 거예요. 그러려면 관심을 두고 자세히 봐야해요.

예전에 아이들을 가르칠 때, 봄에 자기 나무를 정하게 했어요. 그리고 일 년동안 관찰하게 했어요.

처음에는 심드렁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를 관찰하게 돼요. 그리고 써요.

일년 동안 나무한테는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요. 그럼 그게 시가 돼요.

나무 하나를 보면 다른 게 보이기 시작해요.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봐야해요.

시가 상상력에서 시작하지만, 사실이 바탕이 돼야 해요. 거짓말 하면 안 돼요."_ 김용택 명예교사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이, 음식이 차려져 솔솔 맛난 냄새를 풍겨옵니다.

원래 인생식당은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이효재 명예교사의 제안에 밥을 먹고 난 후, 차를 마시며 다시 이어가기로 했어요.


"한국 음식은 쉽게 말라버려요. 그리고 고춧가루 등 양념이 있죠. 서양의 경우 음식이 잘 마르지 않아요.

그리고 식탁의 거리가 넓고, 양념의 색이 진하지 않기 때문에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우리 음식은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요. 마당에 나가서 가을 햇살 받으면서, 맛있게 드세요~"_이효재 명예교사






정성스럽게 차려진 자연주의 한식을 보니 절로 침이 꼴딱꼴딱 넘어갑니다.

밥을 먹으며 마음까지 채워지는 건, 누군가에게 정성스럽게 대접을 받았다는 기분때문인 것 같아요.

이효재 명예교사는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밥 한끼를 꼭 먹고 가게 하시는데요, 

그 밥에는 '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답니다.





참여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요!  :D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요, 여기저기서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마치 가을 소풍을 나온 것 같이 마음이 들떠 더 웃게 되나봐요.

낙엽만 굴러가도 깔깔거리는 낭랑 18세로 돌아간 것만 같네요.





이건... 음... 물이에요. 물!!! ㅎㅎㅎ

이효재 명예교사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물인데요, 두 분의 명예교사께서 잔을 들고

참여자들의 자리를 돌아다니며 말을 건네셨어요. 지척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니 더 가까운 기분이 들었답니다.





맛나게 밥먹고, 특별한 물도 한잔씩 마시고.... 큼큼....  *^^*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참여자분 중 한 분이 김용택 명예교사의 시 '콩, 너는 죽었다'를 읽고 너무 좋아서 패러디를 해서 시를 적어보았대요.

원작을 들려드릴게요.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콩타작을 하였다.

콩드리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참여자분이 써온 시의 제목은 '별, 너는 죽었다' 등이 있었는데요,

하늘의 별이 죽어서 개나리가 되었다는 시였어요.

참여자분이 시를 낭송한 후 김용택 명예교사께서 냉정한 평가를 해주셨어요.

더불어서 '콩, 너는 죽었다'의 탄생 비화도 들을 수 있었답니다.





"시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서 적는 거예요. 우리 어머니는 자연의 소리를 듣는 분이셨어요.

'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참깨가 나고, 보리타작하는 도리깨 소리 듣고 토란이 난단다'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 얘기를 들으면 그냥 시 같죠? 그런데 그게 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계절이 바뀌어가면서 수확하게 되는 시기였던 거죠. 자연의 소리는 사실에서 입각해서 나요. 

'콩, 너는 죽었다'도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셨어요. 제가 어머니와 함께 마당에서 콩을 터는데, 콩이 또르르 굴러가서 구멍속으로 쏙 들어가버렸어요.

그걸 보신 어머니께서 콩이 죽었다고 하셨어요. 그 구멍이 쥐구멍일 테고, 쥐가 가져가버릴테니 죽었다라고 하신 거죠.

이건 사실이에요. 근데 어떻게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개나리가 되겠어요. 그건 그저 상상력인거예요."_김용택 명예교사






김용택 명예교사의 말씀에 이효재 명예교사와 참여자들 모두 깊은 생각에 빠졌어요.

이효재 선생님께서는 메모까지 하시면서 열심히 들으셨답니다.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을까요?"_참여자

"선생님께서는 천재가 없다고 하시는데 천재는 있는 거 같아요. 선생님은 천재인 거 같아요."_이효재 명예교사


"아니에요. 제가 처음부터 시를 썼겠어요? 

학교 선생이 되고, 우연히 책을 읽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책도 잘 안읽었어요.

그런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읽었어요. 그러니까 쓰고 싶고...

처음에는 일기를 썼어요. 그런데 한참 쓰다보니까 어느 덧 내가 시를 쓰고 있더라고요.

젊었을 때 13년 동안 3, 4시전에 자본적이 없어요.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면 계속 책을 읽었어요.

그리고 계속 썼어요. 어떤 일이든 10년을 하면 성공을 한다고 하죠. 그냥 하기만 하면 되겠어요?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죠.

글을 쓰려고 할 때 잘 쓰려고만 하니까 시작을못해요. 그냥 쓰은 거예요. 쓰다보면 시, 소설, 수필 등 여러 가지 중에 나랑 맞는 게 저절로 생겨요." _김용택 명예교사






진지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어요. 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답니다.


"글이라는 건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보는 사람이 써요.

내가 내 발소리를 듣는데 30년이 걸렸어요. 자기 발소리를 들어본 적 있으세요?

그동안 난 내 발소리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었는데, 밤에 조용할 때 걷는데 발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자세히 보면 생각이 나고, 그러다보면 생각이 점점 넓혀져요.

소설, 시 등 작품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니라 더 자세히 보게 만드는 것, 자기가 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 중요해요.

생각을 귀하고 소중하게 가꿔주는 것이 중요해요. 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삶이 중요해요. 내가 중요해요. 삶이 모이고 쌓이며 글이 써져요.

생각을 쓰면 글이 되고, 글을 쓰면 생각이 넓어져요. 생각이 넓어지면 행동이 바뀌고, 삶이 바뀌어요.

삶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쓰세요. 아무것도 아닌 것부터 쓰세요. 내일부터 말고, 오늘부터 쓰세요"_김용택 명예교사






시와 글에 대해, 세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참여자들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원래 마치기로 했던 시간보다 거의 한 시간이 지나 식당 문을 닫았어요.

처음 모였을 때 단순히 선한 얼굴이었다면, 프로그램을 마칠 때 즈음엔 모두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답니다.






"제가 효재를 연지 몇 년이 지났는데요, 오늘 효재에 큰 나무 한그루가 오셔서 비로소 효재가 뿌리를 내려 완성된 것 같아요.'_이효재 명예교사



오늘, 우리의 가슴 속에 내려진 뿌리가 다 다르겠지요?

물주고, 햇볕 보고, 얼마나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크겠지요

다른 꽃으로 피어나겠지요?

시라는 양분을 계속 준다면 중간에 죽지 않고, 더 잘 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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