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마지막 달에 떠나는 아날로그 감성여행

【 살며 여행하며 느끼며



마주보고 앉아서 카톡으로 대화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난 요즘,

혹시 당신도 마치 스마트폰 안의 세상이 전부인양 지내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SNS에 스테이크 사진을 올리고, 인터넷 뉴스에 댓글을 달 시간에

우리는 어쩌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기거나,

별을 보고 엽서를 쓰는 그런 일들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하여, 스마트폰의 4인치 화면 밖 세상으로 떠나본 아날로그 감성여행

[살며 여행하며 느끼며]

느리고 고요하게 흘러갔던 영월에서의 순간들을, 이 곳에 살짝 남겨둡니다.




쾌청한 겨울 하늘이 펼쳐진,

12월의 영월

 


게스트 하우스 '월강산하촌'에서는



흰둥이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어색함 때문인지 목소리가 떨리는 첫 인사.

하지만 여행의 시작은 바로 이렇게

낯선 이들과 친구가 되는 순간부터가 아닐까요?


 


'기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별을 보기 위해 참으로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이렇게 많은 동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드물었던 것 같군요.

여행만큼 삶을 충실하게 만드는 것도 없지요.

또 여러분은 그러기 위해 이 곳으로 떠나온 사람들이지요.

이 곳에서 무엇을 하든, '지금' 또한 여러분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으로

순간 순간을 보다 깊이 있게, 아름답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_ 명예교사 오경환 우주화가



명예교사 오경환 화가님의 말씀과 함께,

우리는 작은 봉투를 하나씩 건네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전원을 끈 스마트폰을 담아 둘수 있는 작은 봉투, 

그리고 펜과 수첩이 들어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 여행 소감을 남기는 대신, 

앞으로 우리는 이 수첩에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하고, 

나 자신과 대화하는 글을 쓰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여정의 굽이마다 마주칠 긴긴 자유시간 동안,

수첩과 펜은 좋은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강변을 산책을 하고, 새로 만난 친구와 대화를 하고, 건네받은 수첩에 시를 쓰며 

낯선 여유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동안, 



야식으로 먹을 감자가 폭 익어가듯, 

모든 순간 순간은 천천히, 하지만 충실히 흘러가며 저물어 갑니다.



작은 난롯가에 모여 앉은 첫째 날 밤,


    


기타, 캐스터네츠, 소고 등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여든,

다양한 악기들이 이 곳에서 얼떨떨한 대면식을 갖고 있네요.



이 밤. 우리는 작은 연주회를 열어봅니다.

'아닌 밤 중에 홍두깨'가 아닌,  이름하여 '아닌 야밤의 소규모 오케스트라'

그리고 오늘 우리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지휘해주실 분을 소개하죠.

대금연주가 한충은 선생님입니다.



'와! 정말 세계의 모든 악기들이 모여있네요! 훌륭합니다. 

여행에 딱 어울리는, 완벽한 조합이에요. 

한 분씩 돌아가며, 가져온 악기를 마음껏 불고 흔들고 두드려봅시다.

그리고 젬베 연주를 들을 때는 아프리카로, 

카혼 연주를 들을 때는 페루로, 트라이앵글 연주를 들을 때는 어린시절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떠나봅시다 ' _ 명예교사 한충은 대금연주가




  


그리고 이제는 모든 소리의 결을 다듬어 오케스트라에 도전해 봅니다. 

오늘의 주제곡은 '창 밖을 보라' - 조금 때 이른 케럴이에요.



타악기들은 리듬을 만들어내고, 



관악기와 현악기는 멜로디를 담당합니다. 



단 한곡, 게다가 쉬운 한 소절에 도돌이표를 찍어가며 반복하는 합주. 

하지만 질리거나 지겹지 않은 이유는, 

조금씩 음과 박자를 맞춰가는 과정속에서 

서로의 마음들도 맞춰지고 있음을 모두가 느끼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박자가 좀 틀리면 어떤가요. 계이름이 좀 틀리면 어떤가요.

이렇게 조금씩 음을 맞추듯 마음을 맞추어가며,  함께 웃으며 즐겁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오늘 밤 우리의 합주는 완벽합니다. 


처음 만난 이들과 평소에는 하지 않던 무엇인가를 해보는 것.

말보다 더 쉽게 진심을 담아서 마음을 나누어 보는 것. 

어쩌면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이런 시간들을 바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소복 소복

까만 밤을 하얗게 덮으며 내려앉는 눈송이들 사이로,

조금 때이른 캐럴이 울려퍼지는 어느 겨울, 영월의 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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