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작품 속 범죄를 범죄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함께 살펴보는 시간"


소설가 장강명 X 범죄학자 박미랑

 





 

2018 문화예술 명예교사 <소설 속의 범죄> 대담/강연이 117일 수요일 오후 7, 원주시립도서관 강당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공기가 쌀쌀해진 평일 저녁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원주 시민분들께서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문화예술 명예교사 <소설 속의 범죄> 강연/대담에서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표백>, <열광금지, 에바로드>, <댓글부대> 등 여러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 장강명님이 명예교사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또한, 대담자로서 국내 최초 데이트 폭력관련 범죄학 논문을 발표하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이신 범죄학자 박미랑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두분과 함께한 이번 특별한 하루는 장강명 명예교사의 소설 속 범죄를 범죄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설 <표백속 테러는 가해자가 곧 피해자란 말이죠.

소설 안에서 그 행위를 비판하기가 난감해지는 형태이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왜 저런 일을 했을지 더 궁금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장강명)






   


Q. (박미랑) 작가로 등단하게 해준 <표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으신가요?


A. (장강명) 테러범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젊은 대학생이 굉장히 위험한 생각에 사로잡혀요.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는 할 일이 없는 것 아닐까‘,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안 주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죠. 그것에 대해 답이 없다고 확신한 나머지 이 현실에 대해서 고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그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하게 됩니다. 본인이 먼저 자살하게 되고, 같이 자살하기로 다른 친구들에게 약속을 받으며 연쇄살인이 아닌 연쇄자살사건이 일어나며 소설 속 세상에서 굉장히 화제가 되는 내용입니다.



 




Q. (박미랑)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모습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데 자살이라는 행위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장강명) 무엇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충격적일까 소설가로서 상상을 해봤어요. 여태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Q. (박미랑) 자살이라는 것은 범죄학 쪽에서도 범죄라는 행위로 보고 있어요. 자살도 사회에 있는 범죄 현상의 하나로 해석하고, 사회구조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합니다. 사람들은 피해자를 보면서 가해자를 미워하고 싶고, 피해자를 보면서 공감해주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과연 사람들은 가해자가 참혹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을 할 수 있을까요?


A. (장강명) 테러를 하면 늘 피해자가 발생하잖아요. 피해자를 보고 가해자를 보며 대상에 따라공감과 공격을 하게 되는데, 소설 <표백> 속 테러는 가해자가 곧 피해자란 말이죠. 그래서 소설 안에서 그 행위를 비판하기가 난감해지는 형태이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왜 저런 일을 했을지 더 궁금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소설 <표백>에 등장하는 세연 일당을 나쁜 아이들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어요.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이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 즉 현재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청년세대가 전반적으로 좌절감과 열패감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세연 일당들도 그것을 고발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택하게 되는 것이고요.



 




Q. (박미랑) <댓글부대>는 온라인상에서 범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존의 작가들이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장강명 작가님께서 이런 사회적 소재를 리드해서 이야기 소재로 삼으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는 동기가 따로 있을까요?


A. (장강명)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글을 쓸 때는 댓글부대 조직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쓰고나서 보니까 소설 속 상황이 뉴스에 나오고 언급되더라고요.

인터넷문화에서 온라인 공동체가 생겨나는데 이라고 하죠. 이것을 조금만 이용하면 커다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상상력을 펼쳐봤습니다. 기존에 제가 하던 한국사회에 대한 생각은 나쁜 일을 할 기회가 있고, 나쁜 일이 일어날 자원이 있을 때, 나쁜 일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 일들이 이렇게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썼는데 큰 반응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높다고 걱정을 많이 해요

하지만 사회적 인식을 보면 자살은 개인의 문제, 개인이 어려워서 겪는 문제라고 보는 것 같아요.

자살이라는 사회 현상은 개인의 선택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모습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연구 결과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회 아노미 지수, 불안지수, 혼란 지수가 높을수록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소설 속에서 혼란을 겪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자살을 선택한 건 

범죄학적, 사회학적 이론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박미랑)

 

 


 

 

 


 

<관객과의 Q&A>


Q. 지금까지의 소설도 너무 좋지만, 작가님의 에세이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혹시 다른 에세이 출간 계획은 없으신가요?


A. (장강명) 있습니다.(웃음) 아내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된 이야기를 에세이로 출간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회사를 극적으로 그만두면서 생긴 1년 정도의 암울한 시기에 대한 이야기도 에세이로 써보고 싶습니다.

저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쓰기 쉽더라고요. 일단 지금은 소설로 무언가를 이뤄보고 싶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세이만 쓰다 보면 계속 쉬운 것만 하게 될까 봐 지금 힘이 있을 때 소설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Q. 현행제도 중에 <범죄피해자 구조 청구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잖아요. 그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개인적 견해가 궁금합니다.


A. (박미랑) 피해자 지원 제도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할 얘기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지원의 범위가 깊어지고 넓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해자에 대한 권한을 보장하는 것만큼 피해자에 대해서도 사법 시스템이 신경을 많이 쓰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데이트 폭력에 관해 10년 전에 글을 쓰셨잖아요. 그만큼 촉과 정보가 좋으시다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가 조심하거나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범죄 유형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박미랑) 개인적으로 촉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데이트 폭력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고 할 때 많은 한국의 학계에서는 제가 여성이다 보니 학계에 잔 다르크가 되지 말라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여성이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든지,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이야기를 했을 때 대중이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학계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촉보다는 그런 이야기에 방어벽을 칠 수 있는 용기가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댓글부대의 범죄형식이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의 사법 시스템은 오프라인 범죄 위주로 꾸려져 있어요. 저는 오프라인상의 범죄가 고스란히 온라인상의 범죄로 옮겨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요. 안타깝게도 법은 법적 지체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항상 느리고, 다 터지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게 돼요. 그 안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은 늘 발생하고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남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법은 알아야지 바꿀 수 있거든요. 저는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관해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그 관심이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범죄학을 공부하면서 나를 가장 분노하게 했던 것이 무엇인가요?


A. (박미랑) 처참한 범죄는 사건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늘 분노하게 돼요. 오늘 아침에 저를 분노하게 했던 건, 제주에서 3살짜리 아이가 익사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러한 사건들을 개인의 모정 탓으로 몰고 가거나 아니면 여자가 무언가가 부족해서 남자에게 버림을 받아 그러한 선택까지 하게 된 것으로 끌고 가는 댓글을 보면서 분노를 했어요.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일이 아닌데 우리는 늘 범죄가 발생하면 타자화’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따뜻하고 관대한 시각으로 사회를 정확하게 진단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분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법도 알고 사회도 알고 관심을 두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범죄학자로서 늘 갖고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과 사건에 대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세대의 문제로 생각해보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라 더욱 흥미로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영상(https://youtu.be/E8LqdB1Ot2M)을 참고해주세요!


문화예술 저명인사 또는 예술인이 명예교사가 되어 일반 시민과 직접 만나 문화예술을 깊이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2018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는 또 다음 명예교사님을 모시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내 인생을 변화시킬 특별한 순간, 문화예술 저명인사와의 특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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